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약간의 지역적 쏠림은 있지만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하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과거처럼 몇 년간 계속 오르는 상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최근의 집값 상승은 지역적,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등락”이라며 “수급 문제라기보다 금융장세적 성격”이라고 했다. 여전한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요 계층이 한정적이고, 상당한 물량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불안 심리를 완화하려는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집값 움직임이 ‘자잘한 수준의 등락’이라는 주무장관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4% 상승해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16주 연속 상승인 데다 갈수록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계속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그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박 장관은 “조만간 만만치 않은 3기 신도시 물량이 수도권 좋은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도 본청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공급 약속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급 확대의 핵심인 3기 신도시 조성이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이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