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북스토랑.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2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시인의 목소리는 들에 나와 풀꽃 향기를 음미하는 사람처럼 생생했다. 종이와 잉크에 천연향을 입힌 향기시집 ‘잠시향’(존경과행복)을 낸 나태주 시인 얘기다. 시인은 국내 1호 향기 작가 한서형 씨와 협업해 ‘향기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데 이어 오는 9월 사랑, 소망, 감사, 행복 각각의 주제와 향을 짝맞춘 향기시집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시인은 독서의 본질이라 할 이 경험을 오감으로 극대화하고 싶어했다. “그동안 시를 시각, 청각과 연합하려는 노력은 아주 많았다”며 “‘만져지는 시집’, 촉각시집 등 또 다른 감각을 일깨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 등을 활용한 이른바 ‘오감 마케팅’이 뜨고 있다. 출판계 불황에 출판사와 서점들이 독자에게 적극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민음사 병풍책
열린 책들은 반려동물 백과사전 ‘개와 고양이 의학 사전’(열린책들)을 만들면서 손끝에 닿는 질감이 포근하고 따뜻한 천 양장을 택했다. 종이는 잘 찢어지고 물에 젖으면 손상되지만 천(직물) 표지는 오래 소장할 수 있고 유행을 덜 탄다. 704쪽, 8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3일 만에 재판을 찍었다. 도서전 당시에도 독자들이 만져보고 책의 만듦새에 관심을 가졌다. 문학동네는 특정 번호로 전화하면 시를 읽어주는 ‘전화 시집’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창비가 도서전에서 선보인 ‘시와 어울리는 음악 듣기’ 부스에는 헤드셋을 낀 젊은 독자들이 몰렸다.
창비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교보문고 북스토랑.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