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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속에서 찾아낸 지구 대륙 형성 비밀

입력 | 2024-07-15 03:00:00

AI로 ‘지르콘’ 발생 시기 분석
판 구조론보다 10억 년 앞서



지르콘은 규산 지르코늄(ZrSiO₄)으로 이뤄진 단단한 광물로 퇴적암, 화성암 등 다양한 암석에서 발견되며 지질 연대 측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로스 미첼 중국과학원 지구행성과학과 교수팀이 호주에서 발견된 광물 지르콘(Zircon)을 통해 지구 대륙 형성과 판 이동이 기존 이론보다 일찍 시작됐다는 증거를 찾고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공개했다.

판 구조론은 지각의 거대한 판이 맨틀을 떠다니며 지금의 대륙 등을 형성했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약 30억 년 전 지구의 뜨거운 맨틀을 덮은 지각이 굳어질 만큼 지구가 충분히 식은 후에 시작됐을 것으로 여겨졌다. 지각 조각이 맨틀로 떨어지며 화산 폭발을 일으키고 섬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최초의 대륙이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호주 잭힐스 지역에서 발견된 단단한 광물인 지르콘에 주목했다. 지르콘은 마그마 등 화성암에서 생기는 I형(I-type) 지르콘과 육지 퇴적암에서 형성돼 맨틀로 가라앉았다가 화산 폭발로 다시 밖에 나오는 S형(S-type) 지르콘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지르콘을 구성하는 9가지 미량 원소 함량에 따라 유형을 구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학습시켰다. 학습된 AI로 잭힐스 지역의 다른 지르콘 샘플 971개를 분석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S형으로 분석됐다. 그중에는 최대 42억 년 전에 형성된 S형 지르콘도 있었다.

연구팀은 “두 대륙이 존재하고 한 대륙이 다른 쪽 아래로 밀려 들어가 섭입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판 구조론의 시작 시기를 기존 이론보다 약 10억 년 앞당긴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지각 물질이 맨틀로 가라앉는 현상은 소행성 충돌 등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