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양극화 3040, 강남-마용성 신축 매수세… 마포, 전고점 대비 97%까지 올라 노원 81%-강북 79.5% 머물러… 강남권-노도강 중간값 격차 13억 “공급 늘려 수요 분산해야” 지적
#1. “주로 30, 40대들이 매수 문의를 하루 10통씩은 하는데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네요.” 이달 11일 입주 4년 차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전용 84㎡ 가 가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는데 집주인이 계좌번호를 주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올 4월 역대 최고가인 17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매물은 14일 현재 43개로 두 달 새 30%가량 줄었다. 이미 팔렸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
#2. 같은 날 준공 30년이 넘은 구축 단지가 모여 있는 도봉구 쌍문동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마포구와는 달리 한산했다. 1988년 준공된 한양 2·3·4차는 단지 전용 84㎡의 올해 최고가 거래가 5억3500만 원(3월)으로 2021년 9월 이 단지 최고가였던 7억 원의 76.4%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이 크지 않으니 매수세도 잠잠하고, 매도 호가도 낮다”며 “아직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급매도 다 팔리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지 규모, 교육환경 등에 따라 집값 오름세와 거래량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 특히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 대신 입지가 좋은 신축급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고 있어 수요 분산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강남 3구나 마용성 등의 신축 대단지에 30, 40대의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경제만랩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만8830건을 분석한 결과, 15억 원 이상 거래는 전체의 19.9%에 해당하는 3744건이었다. 1∼5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며 매물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는 “갈아타기나 갭투자 후 실거주하려는 수요가 매매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올라 이달 들어서는 매도자들의 콧대가 높아졌다”고 했다.
반면 중저가 지역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매수 문의가 소폭 늘고 일부 상승 거래가 나오지만 하락 거래도 나온다. 노원구 중계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매수 문의가 지난해보다 늘긴 했지만 크게 바쁘지는 않다”며 “재건축 이슈가 있지만 분담금 부담이 커 투자 수요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지역별 격차는 같은 수도권인 경기나 인천 등에서도 나타난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중 가장 주목받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시범한양 전용 84㎡는 지난달 15억 원에 거래되며 2022년 4월(16억4000만 원) 대비 91.5%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반면 경기 안양·군포·김포시나 인천 주요 거래 단지의 올해 최고가는 전 고점 대비 70∼80% 수준이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