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를 벌이다 총상을 입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테러 대비를 하고 있는 현지 경찰 저격수들. 하지만 이들은 약 150m 떨어진 건물 옥상의 테러범을 발견하지 못 했다. 펜실베이니아=AP 뉴시스
①트럼프 저격한 건물, 왜 차단 안 됐나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 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총을 쏜 곳은 연설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20~150m(약 400~500피트) 떨어진 건물 옥상이다. 이 건물은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AGR 인터내셔널이라는 기업이 소유한 공장으로, 컨테이너 모습을 한 야트막한 건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목초지였으며,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다. 저격하기 최적의 장소였지만 통제가 안 된 것이다. 비밀경호국이 행사 전 설정한 보안 경계에도 이 건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②목격자가 신고, 왜 조치 안 됐나
건물을 기어오르는 총격범을 발견한 현장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는데도 경호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레그 스미스는 BBC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옆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소총을 가지고 있는 게 눈으로도 식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경찰에게 ‘건물 지붕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며 “3, 4분 정도 계속 경고했고,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CNN 홈페이지 영상 캡처.
기자회견에서 ‘총격 이후에야 총격범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로젝은 “현재까지 평가하기로는 그렇다. 사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협 정보는 없었다”고 답했다.
③비밀경호국 왜 보안 실패했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이 발생한 직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AP 뉴시스
이 같은 보안 규정이 있음에도 암살 시도를 막지 못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조셉 라소르사는 로이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경호능력에 대한 집중 검토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전직 요원은 폴 에클로프는 “요원들이 사전에 시야가 확보된 모든 옥상을 조사는 했을 것”이라면서도 “총격범이 (수색에 앞서) 몸을 숨겼거나 무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위협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미 하원은 22일 비밀경호국 킴벌리 치틀 국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