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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트럼프” 지지층 대결집… “증오정치에 멍든 현실” 분석도

입력 | 2024-07-15 03:00:00

[美대선 트럼프 암살 시도]
4개월 앞둔 美대선 변곡점
“피격후 주먹 쥔 트럼프 새 상징”… 사법리스크 삼킬 블랙홀 가능성
美매체 “민주당 이미 종말론 팽배”… “대선승리 확률 70% 돼” 예측도



놀란 지지자들 1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연설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받고 몸을 낮추자 연단 뒤편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무대 위를 지켜보고 있다. 버틀러=AP 뉴시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13일(현지 시간)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이 11월 치러질 미 대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생해 공화당 지지층의 대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5일 개막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중도층도 대거 흡수한 공화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쉬쉬하지만 이미 ‘종말론’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각종 이벤트에 대한 예측을 하는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암살 시도 사건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전날보다 10%포인트 상승한 70%가 됐다고 전했다.

● 암살 시도 이겨낸 ‘강인한 트럼프’ 지지층 결집

트럼프, 피격 후 뉴저지 공항서 손인사 이날 긴급 치료를 받고 약 4시간 만에 퇴원해 개인 골프 클럽이 있는 뉴저지주로 이동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혼자 전용기에서 내려오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X 캡처

공화당과 지지층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며 뜨거운 지지가 솟구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하며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1912년 대선 유세장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도 90분간 연설을 마무리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게 빗댄 것이다.

전직 공화당 선거 전략가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평가로 유명한 스티브 슈밋도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암살 시도의 정치적 결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총격을 맞은 후 루스벨트처럼 강인하게 대응한 점에서 트럼프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도 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압박 속에서도 강인함과 용기를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며 “트럼프가 주먹을 높이 치켜든 사진은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은 민주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 민주주의가 끝장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히스테리를 조장해 왔다”고 말했다. J D 밴스 상원의원도 “트럼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할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라는 수사가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그동안 이어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있지만,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량 선고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암살 시도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온 트럼프 캠프의 주장이 지지층에게 더욱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절대 항복하지 마라(Never Surrender)”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 미국 ‘증오 정치’의 현실 보여줘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대선을 앞둔 미 정치계에 폭력을 확산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이 이번 사건을 민주당 책임으로 몰고 가는 데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온갖 음모론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딥스테이트(deep state·연방 공무원 비밀 조직)’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방송은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을 놓고 “정치 폭력은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폭력이 미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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