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트럼프 암살 시도]
트럼프 지지자들 “경호 실패” 비난
WSJ “비밀경호국 사상 최대 악몽”
미국 매체 TMZ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 인근 빌딩 옥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엎드린 채 총기를 조준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TMZ 홈페이지 캡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총격범이 어떻게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저격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SS)의 경호 실패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비밀경호국이 추가 경호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비밀경호국은 이를 부인했다.
① 트럼프 저격한 건물, 왜 차단 안 됐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총을 쏜 곳은 연설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22m(400피트) 떨어진 건물 옥상이다. 이곳은 유리나 플라스틱 포장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AGR인터내셔널이라는 기업이 소유한 공장으로, 컨테이너 모습을 한 야트막한 건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목초지였으며, 이 건물을 제외하고는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다. 저격하기 최적의 장소였지만 통제가 안 된 것이다. 비밀경호국이 행사 전 설정한 보안 경계에도 이 건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건물을 소유한 AGR인터내셔널 측은 “사전에 이번 행사와 관련해 경찰과 협력했다. 경찰은 회사 주차장에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고, 경비 인원이 주차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과 현지 경찰 간 업무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케빈 로젝은 1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경호 실패냐는 질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만 했다.
② 목격자가 신고, 왜 조치 안 됐나 건물을 기어오르는 총격범을 발견한 현장 목격자들이 신고를 했는데도 경호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레그 스미스는 BBC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5분쯤 지나 옆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가 소총을 가지고 있는 게 맨눈으로도 식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는 경찰에게 ‘건물 지붕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며 “3, 4분 정도 계속 경고했고,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총격 이후에야 총격범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로젝은 “현재까지 평가하기로는 그렇다. 사전에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협 정보는 없었다”고 답했다.
③ 비밀경호국 왜 보안 실패했나 미국에서는 “어떻게 총격범이 대선 후보와 가장 가까운 건물에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느냐”며 비밀경호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비밀경호국 역사상 가장 큰 악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밀경호국은 전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근접 경호를 맡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비밀경호국 경호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는 유세에는 엄격한 보안 규정이 적용된다. 유세장 참석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모두 수색하고, 참석자들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행사 전 폭탄 등 위협이 있는지 수색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같은 보안 규정이 있음에도 암살 시도를 막지 못한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조지프 라소르사는 로이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경호 능력에 대한 집중 검토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은 22일 비밀경호국 킴벌리 치틀 국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