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병원 복귀해야 하지만 정부와 대립으로 사직처리 불가피 환자 "전공의 공백은 누가 채우냐" 간호사 "인턴, 레지던트일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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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은 정부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겠다고 정한 처리 기일이다. 전공의 1만3000여 명의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대형병원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냐” “전공의 사직으로 진료가 밀린다면 미칠 지경일 것 같다” 등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를 떠안은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 부담을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이미정(60)씨는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전부 사직 처리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강원 양양군에서 오전 7시부터 외래 진료받으러 왔다”며 “피검사를 마친 뒤 차례를 기다리면서 의사 선생님이 없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미복귀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나 자정까지 현장에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종 사직 처리된다.
수련병원은 이날 기준으로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을 처리하고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해야 한다. 오는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와 정부가 사직 시점, 복귀 조건을 두고 충돌하고 있어 복귀 전망을 그리 밝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를 곁에서 살피는 보호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보호자 3명은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다”고 말했다.
대장암 투병을 하는 딸을 둔 왕대관(62)씨는 “전공의 사직으로 진료가 밀린다면 미칠 지경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왕씨는 “다른 환자들은 진료나 수술이 미뤄졌고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사촌은 의사가 없어서 병원을 돌다 사망했다”며 “딸은 기다리지 않고 수술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영호(68)씨는 혈액암에 걸린 아내를 간호한다. 그는 한 달 전까지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를 보살피다가 최근 회복실로 나왔다.
아내와 함께 병원 앞에 앉아 있던 김씨는 “의사들이 아니었으면 집사람은 세상을 떠났다. 빈자리가 생길까 불안하다”며 “그 공백을 의사들이 없으면 누가 메꿀 거냐”고 목소리 높였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5대 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전담간호사 A씨는 “인턴, 레지던트의 모든 일이 전담간호사 일로 몰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각종 동의서, 기초적인 수술 가능성 확인, 수술 전 각종 처치부터 레지던트가 하는 업무까지 모두 당연하게 떠안는다”며 “성과와 업무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떤 환자를 위해 그냥 눈감고 귀 닫고 묵묵히 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파업 중 아무런 대가나 업무적 파업 없이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를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이해관계가 해결돼 정상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