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마을 주민들이 부상자와 시신을 잔해더미에서 꺼내고 있다. 칸유니스=AP 뉴시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 캠프, 학교 등 대규모 공습으로 합의에 근접했던 휴전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민간인 피해가 멈출 때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 지도부와 가자지구 공세를 놓고 불협화음을 노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서 더 큰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다.
14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하마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하마스 지휘관 제거를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밀집 구역을 폭격하는 건 ‘대량 학살’로 규정하고, 중재국에 휴전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니예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협상에 진지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협상 지연과 방해 전략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이스라엘 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때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협상을 중재한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이스라엘 측의 민간인 학살을 경계해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고 인질 석방도 이끌어내기 위해 최근 가자지구 전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피란민 캠프 등 공격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13, 14일 이틀 사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109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서 칸유니스 여단을 이끌던 라파 살라마를 겨냥해 14일 살라마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의 목표였던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의 최고 지휘관이자 지난해 10월 7일 기습을 기획한 무함마드 데이프의 사망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하마스 측은 “데이프가 무사하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휴전 협상이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이스라엘 및 중재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휴전 협상 관련 낙관론이 퍼졌지만 무산될 경우 국제사회 및 국내 인질 가족들로부터 더욱 거센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