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최근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 신규 매수를 위해 한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갔다가 아쉬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포트폴리오 일부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예금으로 채워왔는데, 과거에 비해 상품군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기존에 가입했던 저축은행 예금 만기가 돌아와 갈아타려 하는데, 과거에 비해 금리 메리트가 높은 상품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이 자신의 판매 채널에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신용평가사들이 브릿지론 등 PF 자산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퇴직연금 취급 금융사들이 조정에 나선 겁니다.
뉴시스
15일 동아일보가 5개 은행, 5개 증권사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의 금융사가 올해 들어 자사 퇴직연금 채널에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상품을 줄이는 까닭은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신평사들은 올해 들어 16곳 저축은행의 신용 등급 내지는 전망이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가치가 저하되고 PF 사업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브릿지론, 중후순위 등 고위험 익스포져를 빠르게 확대한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무경 경제부 기자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이슈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사전적으로 퇴직연금 채널에서 취급 저축은행을 줄였다”면서 “만에 하나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되는 경우 도의적 책임을 퇴직연금 채널을 운영하는 금융사들이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퇴직연금에서 조달을 많이 하는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 1600억 원) 중 퇴직연금 잔액은 30조 5000억 원으로 전체 33% 수준입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퇴직연금 채널을 통한 조달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상품군이 퇴출당한다는 것 자체로 인해 부실 이미지가 더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