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왼쪽부터)·원희룡·한동훈·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5일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15/뉴스1
“여론조성팀·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행위다.”(원희룡 후보)
“저들과 똑같은 막무가내식 막말이 아니라 품격과 논리로 이기겠다.”(한동훈 후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15일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 네 번째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이른바 댓글팀) 구성 의혹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원 후보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닷새 앞두고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 내내 한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는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 구성 의혹과 관련해 “여론조성팀,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이 내용을 추가해 특검을 하자고 한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해도 이 중대한 사법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당대표직 수행은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한 후보는 자신을 향한 공세에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저는 근거없는 마타도어에 대한 대응을 최소화함으로써 전당대회가 더 이상 혼탁해지는 것을 막겠다”며 “국회에서의 싸움, 미래 걸림돌과의 싸움, 경쟁국과의 싸움을 모두 이겨내고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1강(强) 구도 결과가 나오자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고 최소한의 방어막만 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댓글팀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한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나 “혹시라도 돈을 주고 고용했다든가 팀을 운영했다든가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의혹을 강제 수사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자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범죄인 양 폄훼하는 것, 정치인의 자세일까”라고 비판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한 후보의 연설 도중 원 후보의 지지자들이 의자를 던지려 하는 등 야유를 쏟아내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견을 존중하는 정당”이라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이런 이견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견을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도 한 후보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이번에도 1년짜리 당 대표를 뽑으면 1년 후에 비상대책위원회하고 전당대회 할 것인가”라며 “대권 욕심 때문에 대통령과 각 세우고 분열하는 사람”이라고 저격했다. 또 “국정농단, 당무개입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한테 뒤집어 씌운 혐의”라며 “그 단어를 스스럼 없이 말해 민주당에 빌미를 주는 후보, 정말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친윤(친윤석열) 진영과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를 모두 겨냥해 “총선 3개월이 지났지만 백서 하나 못만드는 당, 뜨겁게 분노하자”면서 “궤멸된 참패 앞에 분노하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친박(친박근혜)계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저 윤상현,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못 모셔서 어려움 겪었지만 민주당과 싸우는 DNA가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