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용 물감과 플라스틱 탄알(BB탄)을 쓴 트럼프의 자작극.”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뒤 미국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진영을 막론하고 일부 극단주의 세력이 생성해 퍼나르는 거짓말에 정치인까지 가세하며 미국 내 ‘혐오 정치’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단 우려가 나온다.
미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14일 “트럼프 암살 시도와 관련된 음모론이 현실을 잠식하고 있다”며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 (실제처럼) 자리 잡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암살 시도가 맞는지, 용의자가 누구인지 파악되기 전부터 음모론이 들끓었단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특히 이런 음모론을 빠르게 유포하고 있는 건 ‘큐어논(QAnon)’과 ‘블루어논(BlueAnon)’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큐어논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며 이듬해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을 이끌었던 반(反)지성주의 극우 세력이다. 이들에 빗대 좌파 진영의 음모론 집단을 일컫는 블루어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AP통신 사진이 “연출된 것”이란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용의자 신상에 대한 허위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확산했다. 자신이 총격범이라고 사칭한 X 사용자의 사진이 널리 확산했으며, 긴 금발 머리 남성의 사진을 이용해 “트럼프를 혐오한다”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도 제작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온라인상 폭력 위협이 암살 시도 이후 급증했다”며 “실제 사건으로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