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팀 감독(오른쪽)이 소속팀 제자 안세영의 입간판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선수 생활을 끝낸 뒤 그는 1998년 지도자로 변신해 30년 가까이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트레이너로 9년, 코치로 5년을 보낸 뒤 2011년부터 여자팀 감독을 맡았다. 2015년부터는 총감독에 오르며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남자팀까지 지도하는 여성 감독이 됐다. 그는 “사실 좋은 선수가 있어야 좋은 지도자도 있는 법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12명이 출전한다. 그중 5명이 그가 지도하는 삼성생명 소속이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안세영(22)도 그의 제자다. 길 감독은 “(안)세영이를 보면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아무리 쉬라고 해도 쉬지 않는다. 새벽, 야간 운동도 스스로 한다”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가 정말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 초기 선수들과 함께 뛰며 호흡했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더 이상 코트에서 함께하지 못한다. 젊을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한 탓에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좋지 않아서다.
그 대신 그가 고른 건 수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 그는 수영장에 다니며 약해진 체력을 회복했다. 그는 “처음엔 초급반으로 시작했다. 할수록 재미가 붙어 1년 정도 지나서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을 다 할 줄 알게 됐다”며 “수영은 평생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늦게 배운 수영 덕분에 그는 버킷리스트도 하나 이뤘다. 그는 “국제대회를 가면 외국 선수들은 호텔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며 “내심 그게 부러웠는데 지금은 나도 호텔 수영을 즐기게 됐다”고 했다.
평생을 배드민턴과 함께해 온 그의 마지막 꿈은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을 지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배드민턴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는) 아들과 딸이 은퇴하면 옆에서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