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만삭 임신부라고 주장하는 유튜버가 낙태 시술을 받은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36주가 된 태아를 지우려 병원을 찾아다니고, 그 과정을 정성스레 편집해 공개하는 발상이라니…. 비윤리적이라기보다 윤리적 감각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듯해 보인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경악스러운 내용에 논란이 확산하면서 유튜브 구독자는 2만4000명으로 20배 넘게 늘었다.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 주수가 37주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뿐이지 36주면 온전한 아기라고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유튜버의 수술을 거절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사는 “심장이 잘 뛴다. 낳아야 한다”고 했다. 해당 유튜버는 병원 2곳에서 거절당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 900만 원을 주고 낙태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은 유튜브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만삭이 되도록 임신을 몰랐다는 점, 임신이나 수술로 인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점, 수술 3일 만에 영상을 제작했다는 점 등을 들어 ‘조작설’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유튜브 영상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2019년 형법상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하지만 유튜브 내용대로라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개복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낙태가 아닌 신생아 살인이다. 이미 34주 된 태아를 낙태한 의사가 살인죄로 처벌받은 판례도 있다. 다만 해외에 서버가 있는 유튜브 특성상 해당 유튜버와 수술 의사를 아직 특정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유튜브는 국내 사용자 1위 앱이다.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도 40시간을 넘어섰다. 어린이, 청소년도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하다. TV 방송처럼 국민 누구나 사용하는 보편적인 공간이 유해 콘텐츠로 도배가 됐는데도 정부는 해외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 불법 콘텐츠에 대한 정보와 이를 삭제할 기술까지 독점한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지 않고는 유해 콘텐츠의 범람을 막을 길이 없다. 정부가 더 이상 플랫폼 규제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