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총 954만 명이나 되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데 우리 사회의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체 인구의 18.6%가 10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장하고, 이후 세대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 노동력 부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50, 60대 ‘젊은 은퇴자’들이 아파트 관리인, 편의점 알바 같은 저임금 단순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1964∼1974년 출생자인 2차 베이비부머는 올해 최연장자가 60세에 도달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705만 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고도 성장기였던 1980, 90년대에 어렵지 않게 취직해 오랫동안 일했다. 그래서 이들이 모두 은퇴할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한다.
더욱이 고학력에 건강 상태도 좋은 2차 베이비부머들은 70세 넘어서까지도 일하겠다는 열의가 강하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들은 이 세대 숙련공들이 그만두고 나면 공장을 돌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도 이들이 산업 현장에 오래 머물러야 이득이다. 복지비용 증가, 국민연금 고갈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노동 수명,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과 재정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노사가 최근 정년퇴직한 기술·정비직을 신입 초봉 대우로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한 건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정부도 노동력 쇼크에 대비해 2차 베이비부머의 축적된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용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