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DDP ‘그린 캔버스’ 전시회 국내 1호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 둘레길 벽을 돌고래 ‘제돌이’로 채워 DDP 누적 방문객 1억 명 훌쩍 넘겨… 하반기에 대규모 전시-행사 등 예정
1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둘레길 전시장에서 국내 1호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81·오른쪽)가 방문객들에게 ‘그린 캔버스 in DDP’ 전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어서 오세요. 퀴즈를 맞히면 이 그림을 드릴게요.”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둘레길. 전시장 한쪽에 놓인 테이블 뒤로 바텐더처럼 선 남성이 방문객들에게 손짓하며 반겼다. 초록색 챙 모자를 쓴 채 초록색 물감으로 얼룩진 앞치마를 두른 백발의 남성은 국내 1호 환경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81)였다.
DDP 둘레길은 윤 교수가 그린 초록색 돌고래로 가득했다. 지상 2층에서 3층으로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170m 길이 둘레길 벽에는 260cm 폭의 돌고래 그림 100점이 전시 주인공이다.
디자이너이자 환경운동가인 윤 교수는 멸종 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그려 자연과의 공존을 알리고자 했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에 동원됐다가 2013년 7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다. 윤 교수는 돌고래 그림을 가리켜 “단순히 돌고래 보호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 전체와 공존을 상징한다”라며 “우리 다음 세대가 살 환경에 대해 되돌아보는 긍정적인 바이러스로 퍼지길 바라며 그렸다”고 했다.
바닥에는 포스터와 사진 등 윤 교수가 최근 20년 가까이 작업했던 주요 작품이 깔려 있었다. 윤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환경에 국한되지 않았다. 온유(溫柔)를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열쇠나 하트 형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먼저 손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등 관람객들의 참여를 중요시했다. 그에게 다가온 유럽 여행객에겐 “Our concept is coexistence(콘셉트는 공존)”라며 영어로 행사를 소개했다.
● 도전하는 작가들의 무대, DDP
과거 윤 교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디자인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1991년 세계 잼버리 대회, 2007년 광주 비엔날레 등 여러 국제행사 포스터, 엠블럼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미국 음료 회사 펩시콜라가 1990년대 이후 사용하는 ‘펩시’ 한글 글꼴 도안도 그의 작품이다.
베테랑 디자이너인 윤 교수에게도 이번 전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나선형 곡면 벽은 작품을 걸기에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고정핀이나 테이프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독특한 공간인 만큼 바닥에 포스터와 사진을 까는 등 참신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그는 “통로로 쓰이는 삭막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다른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4월 ‘놀라운 내일(Amazing Tomorrow)’을 새 슬로건으로 내세운 DDP는 하반기(7∼12월) 둘레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유명 예술가들의 대규모 전시와 해외 유명 브랜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 교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린 캔버스 in DDP’ 둘레길 전시는 9월 29일까지 진행된다. 8월 말부터 12월까진 착시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위스 출신 화가인 펠리체 바리니(71)의 전시를 어울림 광장에서 펼칠 계획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