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데이터 학습하며 전력 대량 소모… 생성형 AI 등 고도화할수록 심각 2026년까지 1050TWh 소모 예상… 넷제로 외친 빅테크 기업들 골머리 IMF “과세 통한 탄소배출 규제를”
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I의 친환경 혜택이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결점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AI 때문에 급증하는 온실가스 배출
실제로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도 데이터센터 등에서 발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7%가 데이터센터와 사옥 전력 사용으로 발생했다”며 “향후 수년간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대화형 AI 서비스를 PC 버전으로 선보이는 등 AI 서비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아직 AI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은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했다. 카카오가 발간한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는 11만4022tCO₂e으로 2022년(13만7908tCO₂e)에 비해 17.3% 줄었다. 그러나 올해는 카카오도 전력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인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자체 데이터센터에 약 1만 대의 서버를 설치했다.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가 네이버보다 높은 것은 집계 기준이 다른 탓이다. 카카오는 2021년부터 사업자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 직원 출장, 구입 연료 수송, 서비스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를 공개하고 있다.
● IMF “탄소 배출세 등 고려해야”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운영 중인 MS도 사정은 비슷하다. MS는 데이터센터를 대거 지으면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3년 전(1190만 tCO₂e)보다 29.1% 늘어난 1536만 tCO₂e에 달한다고 올해 5월 밝혔다. 메타 역시 2019년 629만 tCO₂e 수준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2년에는 1401만 tCO₂e으로 늘었다.
AI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AI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족한 전력량은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AI 확산으로 기후위기가 가속화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7일 ‘생성형 AI의 장점 확대: 재정 정책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AI가 많은 전력을 쓰고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과세 등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서버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탄소 배출량에 대한 과세는 외부 환경 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이란 것이다. IMF는 “정부가 AI 관련 탄소 배출에 상응해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 녹색 부과금을 포함한 재정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