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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료 공백에… 장기이식 수술 건수 1년새 18%P 줄었다

입력 | 2024-07-16 03:00:00

전공의 인력 필요한 장기이식
집단이탈 장기화에 수술 연기-취소
장기기증 동의 업무까지 큰 차질



자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올해 2월 전공의 파업으로 비롯된 의료 대란 기간에 국내 장기 이식 수술 건수가 지난해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주요 5개 대형병원의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5월 석 달간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수술을 못 받고 사망한 환자는 총 1013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942명)보다 71명(7.5%포인트) 많다.

같은 기간 이뤄진 장기 이식 수술은 총 499건으로 전년 동기(609건)보다 110건(18%포인트) 줄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5개 병원은 이 기간 장기 이식 수술이 1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0건)보다 52건(21.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뇌사 추정자 중 장기 기증에 동의한 환자도 지난해 200명에서 올해 162명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의료 공백이 장기 기증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2월 6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같은 달 19, 20일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3월에는 전국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고, 4월에는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진료 단축에 돌입했다.

장기 이식은 집도의뿐만 아니라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인력도 대거 동원되는 큰 수술이다. 공여자 장기를 떼어내 신속히 옮겨 수여자에게 이식하는 과정에는 전문의, 전임의(펠로), 전공의, 간호인력, 코디네이터 등이 동원된다. 수술 준비와 본수술 과정에서 전공의 등 보조 인력이 없으면 교수나 전문의만으로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설령 이식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수술 뒤 거부 반응 등을 관찰해 이상이 생기면 바로 대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 병원에서는 주요 이식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잇달았다.

게다가 전공의들은 뇌사 환자의 가족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장기 기증 동의를 구하는 업무도 상당 부분 맡아왔다. 전공의들이 부족해지자 장기 기증 동의 절차를 밟을 인력이 사라지고, 그 탓에 기증 건수 자체도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중증 환자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사의 갈림길이므로,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진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