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9월, 본청약前 다른 청약 허용 국토부, 잇단 사업취소에 규제 개선
민간 건설사가 진행하는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도 이르면 9월부터 다른 아파트에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게 된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전청약 단지들의 사업 지연 및 취소가 속출하면서 당첨자들의 피해가 불어나자 정부가 해당 시행규칙을 고치기로 한 것이다.
15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다른 단지에 청약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있다”며 “입법 예고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급하는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타 아파트 청약이 가능한데, 이를 민간 분야로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민간 사전청약 단지 중 아직 본청약을 실시하지 않은 24곳의 당첨자 1만2827명은 가을부터 청약 제한이 사라지게 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꼬이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놓치는 등의 혼란을 겪어 왔다.
사전청약은 건설사가 토지만 확보한 상태에서 주택 착공 전 청약을 실시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집값이 급등하자 2021년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재도입했다. 하지만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 올해 5월부터 더 이상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사비 올라 본청약 지연 속출… 사전청약 1만2827명 구제 나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 규제 완화
24곳중 14곳 중도금-잔금 연체… 피해 커질 가능성에 중복청약 허용
사업취소 5곳 1510명 구제 못받아… “땜질식 정책이 문제 불러” 지적
24곳중 14곳 중도금-잔금 연체… 피해 커질 가능성에 중복청약 허용
사업취소 5곳 1510명 구제 못받아… “땜질식 정책이 문제 불러” 지적
국토교통부가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청약 제한을 풀기로 한 건, 사업 지연과 취소로 인한 피해가 계속 불어날 수 있어 당첨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차원이다.
15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접수한 뒤 아직 본청약을 실시하지 않은 단지는 24곳으로 당첨자 수는 1만2827명이다. 이 가운데 중도금이나 잔금을 연체해 삐걱대는 단지는 14곳(58.3%)이다. 공사비가 오르는 등 사업성이 악화하는 동시에 높은 시중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연체 단지 14곳 중 5곳은 2년 전 계약금(공급가의 10%)만 내고 중도금 및 잔금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
● 24곳 중 14곳 연체… 취소 단지 늘어날 듯
현재 사업이 취소된 민간 단지는 인천 가정, 경기 파주 운정지구 등 5곳(사전청약 당첨자 1510명)이다. 이 단지들의 연체 금액은 최소 80억6500만 원에서 최대 727억2584만 원에 이른다. LH에 따르면 택지 분양대금 연체이자율은 연 8.5% 수준이다.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신규 취급액 기준)인 3.52%의 두 배가 넘는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가 살아나면서 분양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과 밀린 이자가 문제다”라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사업성이 악화돼 현 금리대로라면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 중 취소 단지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땜질식 사전청약 제도 부활이 문제 불러
특히 당시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다자녀 등 특별공급제도를 활용한 이들 중 이제 해당 자격이 없어진 이들도 많다. 4일 사업이 취소된 파주 운정 주상복합 3블록 당첨자 윤모 씨(41)는 “결혼한 지 6년이 지난 2022년 6월 신혼부부 특공으로 당첨됐다. 이제 2년이 흘러 혼인신고 후 7년까지 허용되는 신혼부부 특공은 다시 지원할 수 없다”며 “2026년 입주에 맞춰 웃돈을 주고 4년 계약이 가능한 전셋집에 들어온 상황인데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전세를 중도 해지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사전청약 제도는 사업 기간이 길어 리스크가 많고 분양 가격 등의 변동성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 단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갈 수 있지만, 민간 단지는 건설사에 손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행하면 안 됐었다”고 강조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