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2022년 주고받은 문자 확보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관련성 조사 임성근 측, 구명 로비 의혹 부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 씨와 해병대 골프장 예약을 위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2022년 5월 송 씨가 해병대 골프장을 예약해 달라며 임 전 사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병대 출신인 송 씨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서 로비의 창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송 씨는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대화방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범 이모 씨 등 4명과 같이 있었다.
당시 송 씨는 “5월 중 덕산대 운동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임 전 사단장에게 보냈고, 임 전 사단장은 “서해 연평도에서 훈련을 하고 있어 추후 연락을 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산대’는 경기 화성에 있는 9홀 해병대 골프장(덕산대 체력단련장)을 지칭한다.
송 씨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과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우연찮게 인사 나기 전 안부를 묻다가 만난 것이지 ‘골프 모임’은 아니다”라며 “그 이후엔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채 상병이 순직한) 지난해 7월 19일부터 (2차 사의 표명 이후인) 8월 31일까지 송 씨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며 구명 로비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왔다.
공수처, 해병대 골프장 출입기록 확인… ‘임성근 모임’ 수사 탄력
해병대 골프장 예약 확인
경호처 출신 인사 “골프 한건 맞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풀 실마리
채 상병 사건후 접촉여부 수사… 포렌식 맡긴 林 휴대전화가 열쇠
경호처 출신 인사 “골프 한건 맞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풀 실마리
채 상병 사건후 접촉여부 수사… 포렌식 맡긴 林 휴대전화가 열쇠
● 공수처, 골프장 출입기록 확인
송 씨는 15일 통화에서 “2022년에 임 전 사단장에게 ‘운동 한번 하시죠’ 해서 운동(골프)을 그냥 했다”며 “그 이후에 임 전 사단장과 같이 운동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2022년 6월에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후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 씨는 “저와 같이 공무원을 은퇴한 직원들하고 같이 (골프를) 쳤다. 평상시에 같이 생활할 때 안면 있고 잘 아는 분들”이라며 같이 골프를 친 멤버가 2명 더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임 전 사단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송 씨는 변호사 A 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지난해 8월 9일 이모 씨(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의 통화 녹음파일에 등장한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통화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가 이를 회수해 오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다.
녹음파일에서 이 씨는 A 씨에게 “이 ××(임 전 사단장)가 사표낸다고 그래서 내가 못하게 했거든. 그래 가지고 송 씨가 이제 문자를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을 했다”며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이 송 씨에게, 송 씨가 이 씨에게, 이 씨가 ‘VIP’에게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송 씨와 이 씨, A 씨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추진한 카카오톡방 멤버였다.
● 林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가 관건
법조계에선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규명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전 사단장과 송 씨의 관계는 물론이고 이 씨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주장하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가 주가 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한 인물로 지난해 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공수처는 “평소 이 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V1, 김건희 여사를 V2’로 불렀다”는 진술도 A 씨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파일에서 나온 VIP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해명했던 이 씨는 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VIP는 김 여사”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경호처는 김용현 경호처장이 임 전 사단장 구명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허위날조”라고 일축했다. 경호처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김 처장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일절 관여한 바가 없다”며 “전 경호처 직원(송 씨)과 공익제보자(A 씨) 통화 내용을 근거로 구명 로비설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날조”라고 밝혔다. 또 경호처는 “김 처장은 임 전 사단장과 일면식도 없을 뿐 아니라 구명 관련한 통화를 하거나 문자 등을 보낸 일이 없다”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