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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 바닥 언제 오나… 값싼 리튬 ‘뉴노멀’ 시대[딥다이브]

입력 | 2024-07-17 10:00:00


글로벌 리튬 시장이 심상찮습니다. 올봄에 살짝 반등하는가 싶던 리튬 가격이 다시 급락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죠. 고점과 비교하면 85%나 추락한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집니다. 이제 리튬값 급등은 옛날 일이 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하얀 석유’, ‘백색 황금’이라던 리튬을 두고 왜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걸까요. 동시에 그럼에도 여전히 리튬과 관련한 투자가 계속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오늘은 추락한 리튬 가격을 들여다봅니다.

전기차 때문에 수요가 폭발한다던 리튬 가격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사진은 칠레 SQM 공장에서 생산된 리튬.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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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의 1토막 난 리튬 가격
글로벌 리튬 가격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제목대로 ‘더럽게 쌉니다(dirt cheap)’. 15일 가격이 t당 8만9450위안, 미국 달러 기준으로 1만2286달러에 그쳤죠. 리튬 시세는 보통 중국 상하이에서 거래되는 순도 99.95%짜리 탄산리튬 가격이 기준이 되는데요. 2022년 11월 초 최고 가격(t당 60만 위안, 약 8만2000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7분의 1토막 났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의 탄산리튬 가격 추이. 2022년 11월 60만 위안에 육박했던 가격이 급락해, 15일엔 9만 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탄산리튬은 상하이 거래소 가격이 국제시세의 기준이 된다. 인베스팅닷컴

리튬 가격 급락으로 리튬 생산업체 주가도 죽 쑤고 있죠. 세계 1위 리튬 기업 앨버말(티커 ABL) 주가는 1년 동안 59% 급락했고요, 칠레 SQM 주가는 46%, 중국 티엔치리튬은 58% 급락했습니다. 웰스파고·베어드·UBS는 리튬 가격이 예상했던 범위의 하단(t당 1만5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지난주 일제히 앨버말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죠.

리튬 가격 폭락의 원인은 한마디로 공급 과잉입니다. 2021~2022년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리튬 가격은 10배로 치솟았죠. 그러자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리튬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그렇게 투자를 엄청 벌인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겁니다.

세계 3대 리튬 생산국은 호주·칠레·중국인데요. BMI에 따르면 이 3개 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연평균 10.6%씩 리튬 생산량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죠. 그동안은 존재감이 미미했던 남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짐바브웨·나이지리아가 리튬 생산을 크게 늘리는 중입니다. 이 지역의 신규 리튬 광산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죠.

싱가포르 BMI의 사브린 초우두리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확대된 글로벌 공급이 리튬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몰고 있다”고 지금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망을 덧붙입니다. “리튬 가격은 이전 최고치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가격은 5~10년 동안 2022년 최고치보다 낮을 겁니다.”


여기서 더 떨어진다고?
애초에 2022년 리튬 가격이 급등했던 건 전기차 때문이었죠. 전기차가 크게 늘면서 리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란 예측이 가격을 끌어올렸는데요. 그런데 그 수요 폭발의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졌기 때문이죠.

칠레의 리튬 생산용 소금호수의 모습. AP뉴시스

전기차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주요 제조사가 속속 전기차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포드는 짓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투자 규모를 대폭 줄였고요(연 생산능력 35GWh→20GWh). 폭스바겐그룹은 벨기에에 있는 아우디 전기차 공장 폐쇄를 검토 중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시점을 2025년에서 2030년으로 5년이나 미뤘죠. 완성차 제조사의 이런 전략 변화는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 기업에까지 줄줄이 영향을 끼치는데요. 그 결과 리튬에 대한 주문은 급감하고 재고는 쌓여갑니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 또는 폐지될 수 있어서이죠.

씨티그룹은 리튬 가격이 15~2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올해 글로벌 리튬 수요가 14% 증가에 그치지만 공급은 18%나 늘어나기 때문이라는데요. 전기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다시 살아난다면 내년 초쯤엔 가격이 반등할 거란 전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값싼 리튬, 전기차 시대 앞당긴다
이제 리튬 가격의 빠른 회복을 내다보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수년 동안 리튬이 낮은 가격(t당 1만2000~1만3000달러 수준)에 머물 거란 전망이 이어지죠. 낮은 리튬 가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시대에 접어든 겁니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다니, 놀라울 정도인데요.

값싼 리튬 시대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리튬가격 급락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①마침내 전기차 대중화의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아니, 전기차 수요 꺾였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실 텐데요. 리튬 가격 급락으로 리튬 생산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손해가 막심하지만, 덕을 보는 이들도 있죠. 바로 소비자입니다. 리튬 가격이 떨어지는 건 곧 배터리 가격과 전기차 값이 내려간다는 뜻이니까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선 배터리팩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75달러로, 2023년 초(151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는데요(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준). 수많은 전문가가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 가격이 동일해지는 기준점으로 봤던 kWh당 100달러를 이미 한참 밑도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전기차 가격은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급락한 리튬 가격과 이에 연동해 떨어진 양극재 가격이 가져온 변화인데요. 중국 LFP 배터리 셀의 총비용에서 양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초 50%에서 지금은 3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리튬 삼각지에 속한 아르헨티나의 소금 호수 모습. AP뉴시스

물론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이 정도로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합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ICCT(국제청정교통위원회)는 지난해 kWh당 122달러였던 미국의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을 2027년(91달러/kWh)으로 내다봤는데요. 적어도 비싼 배터리 가격 때문에 전기차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식의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모든 것이 희소성 주창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4년 동안 배터리와 배터리 금속은 영원히 공급 부족에 시달릴 거란 예측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 배터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러한 주장은 이제 매우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혁신이 시작된다
②리튬 생산의 혁신이 본격화합니다.
리튬 가격은 이미 생산 단가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리튬 생산업체 간 경쟁은 누가 더 비용을 쥐어짜서 이 보릿고개를 잘 버티냐의 싸움이 된 셈인데요. 분명 기존 리튬 기업엔 큰 위험 요인이지만, 좀 더 길게 보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여기서 혁신이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리튬 생산 방법, 즉 직접리튬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기술을 뜻하죠.

직접리튬추출은 물을 증발시키지 않고도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해내는 기술입니다. 리튬을 흡수하는 흡착제를 넣는 방식인데요. 리튬을 얻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자연증발 최대 18개월-직접추출 1~2일), 같은 양의 소금물에서 2배의 리튬을 얻을 수 있어 훨씬 효율적입니다.

리튬 추출 방법에 따른 환경 영향과 생산에 걸리는 시간. 직접리튬추출 기술은 암석이 아닌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필요한 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비주얼캐피탈리스트

직접리튬추출 기술이 리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얘기는 이전부터 나왔는데요. 리튬가격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죠. 업계가 비용 절감에 그리 절박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리튬 시장이 암흑에 빠진 지금,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실제 투자도 활발합니다. 리튬시장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다시 전기차 시장이 가속페달을 밟게 될 몇 년 뒤를 미리 내다보기 때문이죠. 참고로 BMI는 2028년엔 리튬의 수요 공급이 균형 상태에 도달할 걸로 전망합니다. 그 이후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며 공급이 부족해질 거라는 예측이고요. 4~5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이 시장에 뛰어들 타이밍이죠.

대표적인 게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아칸소 지하에 있는 대규모 염수층에서 직접리튬추출 방식으로 2027년부터 리튬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죠.

또 다른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상업용 리튬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옥시덴탈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석유기업으로도 유명한데요. 옥시덴탈과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의 자회사(BHE 리뉴어블즈)가 손잡고 직접리튬추출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얀 석유’ 리튬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진짜 레이스는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By.딥다이브

리튬시장의 공급 과잉 전망을 전해드린 게 거의 1년 전이었는데요(딥다이브 리튬 편). 당시 시장의 예측보다 더 극적으로 리튬 가격이 추락했습니다. 워낙 전기차가 절대적인 수요처인 금속이기 때문인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한동안 반등하던 리튬 가격이 다시 추락하면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공급과잉 때문인데요. 앞으로 수년 동안 리튬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거란 전망이 이어집니다. 낮은 리튬 가격이 뉴노멀입니다.

-리튬 가격 급락은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미 중국에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데요. 진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거란 뜻입니다.

-이를 내다보고 혁신적인 리튬 생산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도 속속 나옵니다. 리튬 생산의 효율성을 대폭 높이는 직접리튬기술인데요. 앞으로 4-5년 뒤 다시 리튬 공급 부족이 찾아올 거라고 보고 미리 투자에 나서는 겁니다.

*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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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