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은 “트럼프와 일치하는 사상과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트럼프가 갖지 못한 특성을 가진 밴스 의원의 면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득표에 막대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 풍랑 속 외할머니가 키운 ‘아메리칸 드림’
1984년 오하이오 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밴스 의원의 유년 시절은 ‘가난과 폭력, 마약 속에서도 외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운 손자’로 요약된다.
실제 그와 그의 이부(異父) 누나는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의 약물중독 등으로 불안정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름 또한 본명이었던 제임스 도날드 보우만에서 부모님 이혼 후 외할아버지 성을 따라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로 개명했다.
CNN 갈무리
CNN 갈무리
밴스 의원은 2003년 지역 고등학교 졸업 후 미 해병대에 입대해 5년 간 복무하며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학부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는 예일 법률저널 편집장과 예일대 로스쿨 재향군인회 회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동문으로 만나 2014년 결혼한 아내 우샤 칠루쿠리와의 사이에 이완(6세), 비벡(4세), 미라벨(2세)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2013년 로스쿨 졸업 후 밴스 의원은 다국적 로펌과 캘리포니아의 투자회사에서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일했다. 바로 이 때 억만장자인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 실리콘밸리 대부호들과 네트워크를 맺었다. 2016년 회고록이 ‘대박’이 나면서 이를 정치 경력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2022년 미국 상원에 선출됐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주별로 두 명 씩, 전국에 딱 100명 뿐인 자리다. 그의 일대기가 ‘아메리칸 드림’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 트럼프 ‘극혐’에서 ‘열성 지지자’로
예일대 동문과의 대화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미국의 히틀러”,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까지 표현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 “백인 노동 계층을 매우 어두운 곳으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트럼프주의’는 더 견고해져 그는 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 중에서도 가장 충성심 높은 인물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적극적으로 TV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입장을 옹호했으며, 최근까지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재판에서도 수행원으로 참여했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밴스를 연결해준 건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로, 트럼프 주니어도 그때부터 함께 만났다”고 전했다. NBC 방송은 공화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당초 트럼프는 더그 버검을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생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이 멍청한 판단이라며 결사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충성심’”이라며 “그가 수개월 간의 숙고 끝에 밴스를 선택한 것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밴스가 TV에서 자신을 가장 잘 변호할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고 학력과 젊음도 높이 샀다”며 “과거 펜스 부통령처럼 자신을 공개적으로 배신하지도 않을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