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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별과 같이’ 들으며 눈감은 현철…오랜 무명생활 견디고 ‘대기만성’

입력 | 2024-07-16 15:29:00


“내 마음 별과 같이 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던 사람, 가수 현철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이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 때 본인의 노래 ‘내 마음 별과 같이’를 들었다고 한다. 아끼던 손자 등 가족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고인은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됐고, 최근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난 현철은 1966년 ‘태현철’이라는 이름으로 첫 음반을 내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무명 시절엔 아내와 함께 셋방살이를 전전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가요계를 떠나려고 마지막 곡으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만든 것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1982년)이었다. 이 노래가 출세 곡이 됐다. 40세 때다.

이후 ‘사랑은 나비인가봐’, ‘내 마음 별과 같이’를 연이어 히트시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은 현철의 전성기였다. 구수한 목소리, 사투리가 짙게 묻어나는 입담, 독특한 꺾기 창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의 빈소가 16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7월 19일 오전 8시 20분이며, 장지는 분당추모공원 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의 폭발적 인기로 날개를 단다. 이 곡으로 KBS가요대상을 수상할 당시 10여 년 무명 시절을 떠올린 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 시청자들까지 울렸다. 당시 현철은 송대관·설운도·태진아와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리며 트로트 시장을 호령했다. 마지막 방송은 2020년 9월 KBS 가요무대다.

현철을 아는 사람은 그가 대기만성의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 매니저이자 작곡가인 정원수 씨는 “고생을 너무 오래 해본 사람이라 견디는 데는 도가 텄다. 60세가 넘어서 신곡을 발표해야 하는데도 밑에 깔아놓고 ‘5, 6년 있다 보내자. 노래는 숙성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 같으면 ‘빨리빨리’할 텐데 아무리 급해도 돌아간다는 자세였다”며 “그래서 늦게 떴고, 그래서 늦게까지 활동한 것 같다. 대단한 양반이셨다”고 회상했다.

가요계 동료 후배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현철과 같이 공연을 하고 활동했던 가수 태진아 씨는 “현철 선배는 무엇보다도 정이 많았다. 그분이 상을 타면 내 손 잡고 울어줬고 나도 그렇게 했다”며 “대한민국 트로트계 최고의 가수인데 가요계의 큰 별이 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은 동네에서도 장사하는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고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한결같은 모습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16일 오후부터 조문을 받고, 18일 발인한다. 02-3010-2000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