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치권 싸움 번진 ‘차세대 구축함 수주전’[자동차팀의 비즈워치]

입력 | 2024-07-17 03:00:00

HD현대-한화오션 조선소 위치
울산-거제 의원들 “우리 지역에”
“中추격 거센데 집안싸움만” 비판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조선소가 있는 울산과 경남 거제 지역구 의원들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의 ‘꽃’이라 불리는 ‘상세설계 및 초도(선도)함 구축(3단계)’을 자기 지역 회사가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같은 지역이라면 여야 구분 없이 한 팀을 꾸리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펼쳐졌습니다.

KDDX는 국내 기술을 적용해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6000t급 6척을 건조하는 사업입니다. 이 중 3단계 사업은 함정과 그 무기 체계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9000억 원 규모의 핵심 사업입니다.

지금까지는 ‘연구개발의 연속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이유로 기본 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맡아 왔습니다. 이런 이유라면 기본 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들이 KDDX 개념 설계 도면 유출 사건으로 유죄까지 받은 만큼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고 맞섭니다.

두 회사는 이 문제로 사실상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한화오션은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에 임원이 관여됐다.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명예훼손으로 고발 조치했죠.

방산업체 지정 기일(9월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여론전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울산에선 김태선(더불어민주당) 윤종오(진보당) 김상욱(국민의힘) 의원이 15일 HD현대중공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KDDX 사업이 정해진 일정과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진행되기를 촉구한다”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이 있는 거제 출신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사업은 경쟁 입찰로 진행돼야 한다”며 한화오션에 힘을 실었죠. 보안 감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은 경쟁 입찰에서 불리합니다.

현재 방산업체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각종 추측성 보도와 업계 억측에 7월에만 벌써 서너 번 “확정된 것이 없다. 추측성 보도는 삼가 달라”는 공지 문자를 기자단 등에 보냈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구인난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국의 추격도 거셉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난해 매출에서 구축함 등 특수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와 11.2%에 불과합니다. 지금 두 회사의 ‘전쟁’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칩니다. K조선 내부의 소모전에 산업 전체가 공멸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상호 비방을 자제해야 합니다. 동시에 방위사업청의 신속한 결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