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11월 ‘월드푸드테크협의체’ 출범… 美-獨-佛 등 10개국 서울에 모여 “삼성-LG 주방 기술 덕분에 진화… 배양육으로 식량 안보 달성 가능”
이기원 교수는 “푸드테크는 ‘뿌듯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푸드테크와 뿌듯해의 발음이 비슷해 그가 자주 사용하는 농담이다. 그는 10일 인터뷰에서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푸드테크가 해결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이기원 교수 제공
“올해 11월 한국이 주도해 10개국이 참여하는 ‘월드푸드테크협의체’를 출범합니다. 한국은 푸드테크(foodtech·식품과 기술의 결합) 생태계 주도권을 가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50·푸드테크학과장)는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2022년 출범한 한국푸드테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이 고군분투했는데 다른 나라가 주최하는 행사에 지원해서 합격하기를 바라야만 하는가”라며 “글로벌 푸드테크 생태계 주도권을 한국이 갖고 국제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 첫걸음이 11월 18일 서울에서 출범식을 여는 월드푸드테크협의체다. 이 교수가 발로 뛴 덕에 한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 10개국의 대표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 민간·정부·학계가 참여하기로 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식품생명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 32세의 나이로 건국대에서 생명공학과 교수가 됐다. 이른 나이에 특별 채용을 통해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한국에서 아무도 하지 않던 분야를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주목받지 않았던 건강기능식품 등 개인맞춤형 식의학이 그의 연구 분야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해외 연구자들과 협업해 연구에 매진했다. 3년 만에 성과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건국인상’을 받았고 2011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해서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2012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창발센터’를 설립해 맞춤형 식의약품 기술 회사인 ‘밥스누’를 창업했다. 2015년엔 국내산 약콩(쥐눈이콩)을 갈아 첨가물 없이 맛을 낸 ‘약콩두유’를 개발했다. 이 교수의 할머니가 40년 가까이 서울 강남구에서 ‘피양콩할마니’ 식당을 운영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콩과 친숙했다.
그는 “농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같은 첨단 기술로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며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실제로 이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점점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어 한국의 푸드테크는 현재 세계로, 미래로 가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푸드테크의 가치는 “먹고, 살아남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기후 변화, 인구 감소,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인한 지방 소멸, 식량 안보 달성 등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푸드테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푸드테크를 통해 업사이클링, 배양육, 농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국화와 세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푸드테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뜻을 모은 푸드테크산업육성법이 올해 꼭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