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리스크-잦은 쪼개기 상장에 여론 나빠지자 지배구조 개선 나서 카톡-카뱅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 그룹株 고점 대비 70∼80% 하락
카카오가 일부 핵심 자산을 제외한 자회사 대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사법리스크’가 커진 데다 잦은 쪼개기 상장 이슈로 여론이 악화하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 카카오, 핵심 자산 빼고 다 판다
카카오는 그룹 내에 지분 관계 등을 따져서 차례대로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골프 중개 플랫폼인 카카오VX의 경우 올 초부터 매각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 회사가 투자한 대중제 골프장인 세라지오컨트리클럽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자회사인 카카오VX 매각 이후 본격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를 키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외부 매각과 함께 카카오뱅크나 카카오 등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 중이다. 다만 카카오 측은 “매각 방침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카카오그룹株, 고점 대비 70∼80% 하락
하지만 이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잇단 ‘쪼개기 상장’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주가가 내림세를 걸었다.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정 혐의가 불거졌고,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회사 안팎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카카오의 주가는 16일 4만900원까지 떨어지면서 고점 대비 75.9% 하락했다. 카카오페이(―88.7%), 카카오뱅크(―76.9%), 카카오게임즈(―82.6%) 등의 주가도 고점 대비 70∼80%가량 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자회사 매각 등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책임 경영에 대한 외부 시선은 싸늘한 편”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재 출연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추가로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