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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딸 이방카 대신 두 아들… 새 ‘문고리 권력’으로

입력 | 2024-07-16 19:44:00


15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진행된 대의원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 대선 후보가 됐다고 선언한 사람은 차남 에릭(40)이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힌 이 행사의 주인공은 발표자 에릭과 바로 옆에 선 장남 트럼프 주니어(47)였다.

일각에선 이날 행사가 새로운 트럼프 가문 ‘문고리 권력’의 탄생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장녀 이방카(43)와 유대계 거부(巨富)인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이번 대선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당대회 무대에도 오르지 않았다.

반면 두 형제와 배우자들은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자금을 관장하는 핵심 요직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은 에릭의 부인인 라라가 올 3월부터 맡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인 킴벌리 길포일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로 나선다.
두 형제가 ‘트럼프 판박이’라는 점도 중용되는 이유로 꼽힌다. NBC방송은 이들을 “지지층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거친(red meat-throwing·날고기를 던지는) 스타일”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행사장에서도 한 기자가 이민 정책에 대해 묻자 “거짓말과 억지 주장을 쏟아내는 광대(clown)는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트럼프 후보는 과거 안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방카 부부에게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켜 주는 역할을 맡겼다. 당시엔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거친 입담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를 장악한 현재로선 열혈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좋아하는 두 형제를 기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