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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만나는 바흐, 풍부한 화성 맛보세요”

입력 | 2024-07-17 03:00:00

‘꼬북좌’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흐 음악만으로 리사이틀
20일 서울 서소문성지서 열어



바흐의 작품들만으로 20일 리사이틀을 여는 기타리스트 박규희. 그는 “기타로는 알려진 곡도, 일반적인 음악 팬이 잘 모르는 스페인 음악도 연주할 수 있으니 클래식 기타 팬이 되면 애청 레퍼토리가 넓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꼬북좌’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박규희(39)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만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20일 낮 12시, 오후 3시 두 차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바흐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 BWV 998,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BWV 1005,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BWV 1004 중 ‘샤콘’을 연주한다. 5월 발매한 새 앨범 ‘바흐’에 실린 곡들이다.

바흐 시대 독일에서 기타는 잘 연주되지 않는 악기였고, 이번에 연주하는 곡 중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는 기타처럼 뜯는 악기인 류트를 위한 곡이다. 나머지는 바이올린 곡들을 편곡해 연주한다.

16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규희는 “바흐 연주는 큰 과제이자 산 같은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피아노 음악에 매혹됐어요. 유학 가서 졸업 시험으로 바흐를 연주하면서 기타로 연주하는 바흐에 빠져들었죠.” 처음엔 ‘오리지널 악기로도 명반이 많은데 기타로?’ 싶었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었죠. 나도 14년간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왔는데 이거 하나쯤 남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기타로 듣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에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은 화성을 풍부하게 표현하기 힘든 선율악기거든요. 기타는 본디 화성악기니 바흐가 의도한 화성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어요.”

그의 손은 작아 보였다. “손이 큰 연주자들은 안정적으로 지판을 잡을 수 있어 실수가 적고 안정적이더라고요. 저는 저음에서 손가락을 뻗을 때 힘이 들어요.”

알려진 대중음악을 기타로 연주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디가수 강아솔과 콜라보해서 음반을 내 볼 생각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서로 팬이었죠. ‘아솔님’ ‘규희님’ 하고 부르다가 얼마 전에야 터놓고 친해졌어요. 예전 기타리스트 이병우 님과 가수 양희은 님이 콜라보한 앨범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박규희는 세 살 때 기타를 시작했고 일본 도쿄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벨기에 프랭탕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2008년 최초 여성 우승자이자 최초 아시아인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뒤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2022년 일본 음악전문지 ‘음악의 벗(音楽の友)’이 선정한 베스트 연주 10에 그의 연주가 선정되기도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