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7.12 뉴스1
●판결문에 ‘이재명’ 48회, ‘방북’ 150회 언급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전 회장 판결문에는 ‘방북’이란 단어가150회, ‘이재명’을 언급한 것은 48회, ‘대납’은 43회 언급돼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018년 11월경부터 2019년 12월경까지 경기도와 쌍방울이 이 전 대표의 방북을 추진한 경과를 모두 ‘인정되는 사실’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2019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황이라 방북을 추진할 개연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기도가 2019년 5월과 6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북측에 방북 요청 공문을 보낸 점을 근거로 들며 “경기도지사의 방북 자체는 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방북이 실현될 경우 경기도와 북한 간 협력사업에 관한 주요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보고 대납” 김성태 진술도 인정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화영을 보고 이 돈을 준다는 생각이 반이고 또 그 뒤에 누군가(이 전 대표)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도와주게 된 것”이라는 김 전 회장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쌍방울 내부 보고서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신 납부해주면 (쌍방울이)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가 담겨 있었던 점과 김 전 회장이 “개인 돈을 쓰면 적어도 제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며 쌍방울이 불법성을 인지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 500만 달러를 지급하며 그 일정 및 과정을 이화영과 모두 공유하고 논의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앞서 쌍방울의 경기도 대북사업 및 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구조를 모두 인정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재판부에는 지난달 기소된 이 전 대표의 제3자 뇌물수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도 배당돼 있다.
검찰은 “재판부가 쌍방울이 북한에 50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송금한 목적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과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목적이었음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에 이어 다시 한번 명확히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은 “대북송금 과정을 보고받지 않았고 김 전 회장과도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