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17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허리가 구부정한 한 노인이 한 손에는 우산을 그리고 한 손에는 2개의 지팡이를 짚고 거센 비를 뚫고 노인복지센터로 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년 만에 폭우 내린 비구름띠 재현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비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시에 시간당 강수량 103.5mm, 파주시엔 101mm의 폭우가 내렸다. 15일 오후 5시~17일 오후 3시 누적 강수량은 파주 358.5mm, 남양주 202mm 등이었다. 파주의 경우 연간 강수량(1295.8mm)의 4분의 1이 이틀 만에 내린 것이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은 것은 지난달 19일 제주 지역에서 장마가 시작된 후 8번째다. 이 정도 비가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안 보이게 된다. 역대 가장 장마가 길었던 2020년 시간당 강수량 100mm를 넘은 적이 5번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날 수도권에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인 시간당 146mm의 폭우를 내리게 한 것과 유사한 형태의 좁고 긴 비구름대가 재현됐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 사이에서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압축된 영향이다. 이 같은 비구름대는 10일 군산, 16일 전남 해남에 200년에 한 번 빈도로 발생하는 폭우를 발생시켰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증기 유입이 늘어난 것도 기록적 폭우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는 탓에 인접 지역임에도 강수량이 천차만별인 것도 이번 장마의 특징이다. 17일 오후까지 하루 누적 강수량은 서울 노원구가 124.5mm였지만 금천구는 6mm에 불과했다.
●슈퍼컴퓨터도 예상 못한 물폭탄
실제로 기상청을 포함해 세계 주요 슈퍼컴퓨터의 수치 예보 모델은 10일 전북 등에 내린 폭우와 마찬가지로 17일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수 시간 내 발생하고 소멸하는 저기압들은 현재 누구도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중규모 저기압과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하층제트기류가 영향을 미치며 ‘야행성 폭우’가 반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18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충청권에 시간당 최대 7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18일 늦은 오후부터 19일 오전까지는 강원 등에 역시 시간당 최대 70mm 이상의 폭우가 예보됐다. 19일까지 예상 누적 강수량은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200mm 이상, 강원 내륙·산지에 최대 180mm 이상, 호남권과 경상권에 최대 150mm 이상 등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