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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하은이’ 다시 없게… 출생통보제, 19일부터 시행

입력 | 2024-07-17 18:58:00


게티이미지뱅크. 

출산 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아동이 방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19일부터 시행된다. 동아일보가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지 7년 뒤에야 존재가 알려진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를 2019년 1월 보도하고, 정부가 출생통보제 도입 방침을 밝힌 지 5년여 만이다.

1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9일부터 의료기관은 아이가 태어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정보를 제출하고, 심사평가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물론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더라도 기존처럼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출생 후 한 달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부모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라고 통지한다. 그래도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을 신고해야 한다.

과거부터 이른바 ‘유령 아이’가 생기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의료 현장의 행정부담 등을 이유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30대 친모가 갓 태어난 자녀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냉장고에 수 년간 보관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지난해 6월 알려지며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아동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유령 아이’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정부도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의 행방을 전수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최소 249명이 사망했다고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이에 국회는 같은해 6월 본회의를 열고 출생통보제 시행 방안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도 19일부터 시행된다. 보호출산제는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임신·출산을 숨기고 싶어 하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거나 출산하게끔 지원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어린 미혼모 등 신분 노출을 원치 않는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거나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보완책이다.

임산부가 전국에 마련된 지역상담기관 16곳에 보호출산제를 신청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를 발급받은 뒤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 지정돼 임산부 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기관을 지원한다.

출산 후엔 지자체장이 법원 허가를 받아 아이의 출생을 등록한다. 생모의 인적 사항과 상담 내용은 비공개로 보존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지자체로 인계돼 출생등록을 한 후 입양되거나 보육시설로 옮겨진다. 아이가 성장해 친부모의 정보를 알고 싶다면, 아동권리보장원에 요청할 수 있고, 친부모가 동의할 경우 아이에게 정보를 공개하게 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