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6주기
최인훈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특히 ‘플랜더스의 개’를 애청했다. 1980년대 TV에서 방영되던 이 애니메이션의 최종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서울예대 강의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한다. 중년의 작가는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과 TV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남자 주인공 네로가 안타깝게 죽을 때 작가의 눈가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고 한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작가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도 ‘광장’을 다시 손 보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기력이 떨어져 눈빛 교환이나 짧은 말 정도만 가능했지만 ‘광장’의 완성도를 마지막까지 높이고 싶었던 것. 주인공 이명준이 친구 태식을 고문하는 장면이 ‘꿈’으로 돼 있는데 이를 ‘현실’로 고칠지 고민했다고. 아들에게 두 가지 판본을 가져와 읽게 한 다음에야 고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에게 이명준은 단순한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평생 친구였다. 새벽에 물 마시러 일어난 아들에게 ‘그때 내가 이명준을 죽이는 게 맞았을까?’라고 문득 물어볼 정도였다.
최인훈은 일반 독자들의 소감을 궁금해했다. 인터넷 서점이 생긴 뒤 아들에게 부탁해 독자 리뷰를 프린트해 읽고선 무척 기뻐하고 신기해했단다. 그는 ‘광장’이 6.25 전쟁을 다룬 옛날 소설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젊은 독자들에게 일종의 성장소설로 재해석돼 읽힌다는 소식을 들을 때 특히 반가워했다. 영원한 20대 청년 이명준과 평생지기였던 그는 “젊은이의 마음은 항상 궁금하다”고 했다.
18일 토론회에서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는 최 작가의 ‘광장’ 집필 계기와 ‘새벽’지 발표 당시 뒷이야기 등이 담겼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사회로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연남경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이 강연 및 토론에 나선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