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건강 분야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늘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개인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 예방과 치료, 재활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신건강에 대한 새로운 자유 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창설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른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 체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정신질환자를 시설에 수용하고 격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환자의 회복과 자립을 목표로 질환에 대해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우리의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혁신위 특별고문으로 위촉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정신건강 위기는 외로움, 자살률, 출생률 측면에서 심각한 삼중 전염병(triple-demic)으로 발현되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스로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부가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모든 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책 체계를 정비하고 인식-예방·조기 발견-치료-회복의 전 주기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정책을 수립하고 서서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금의 출발이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