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미국 연방 검찰 공소장
미국 연방검찰이 16일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사전 등록 없이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일한 혐의(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로 16일 기소했다. 테리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한국 정보요원을 미 의회 직원들과 연결해 주거나 비공개 정부 간담회에서 나온 정보를 한국 측에 넘겨줬으며, 그런 활동의 대가로 명품 핸드백과 옷, 뒷돈 3만7000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미국이 동맹인 한국의 외교·정보 활동과 관련해 한국계 전문가를 ‘외국을 위해 일하는 요원’으로, 즉 간첩에 준하는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공소장에는 외교관 신분의 한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테리 연구원과 함께 명품 매장에서 쇼핑하고 최고급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사진까지 증거자료로 들어 있다. 우리 정보요원의 동선이 노출되는 등 허술한 활동이 미국 수사당국에 고스란히 포착된 ‘정보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CIA 분석가 출신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가정보국(DNI)에서도 일한 테리 연구원은 퇴직 이후 여러 싱크탱크에 몸 담으며 언론 기고와 인터뷰, 의회 청문회 증언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런 전문가를 우리 정부가 각별히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은밀히 움직여야 할 정보기관이 동맹국에서 불미스러운 시비 대상이 된 것은 그 자체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한미 동맹관계에 큰 손상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초 미군 병사의 기밀 유출을 계기로 우리 정부에 대한 도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동맹의 신뢰에 금 가는 일은 없었다. 다만 양국 관계에 다소라도 악영향이 없도록 정보 교류나 수집과 관련한 관행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한미 간 정보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온 워싱턴 전문가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다 투명하고 더욱 적극적인 공공외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