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고양시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윤상현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후보(왼쪽부터)가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고양=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을 이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당권 주자 4명 모두가 대통령 부인 사안을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제 CBS 경선 토론에 나온 후보 4명은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사를 받아야 하고, 대통령실 안에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폭 분당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거칠게 맞섰던 후보 4명이 이 점에선 견해가 일치했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 필요성에 대해 한동훈 윤상현 후보는 “법 앞의 평등”을 강조했고, 나경원 후보는 “성역은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국민께 진솔한 심경을 말하면 (…) 국민 마음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명품백 수수 및 사후 대응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감안한 답변으로 보인다.
제2부속실 설치를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 역시 김 여사가 또 구설에 오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여론이 더 악화되고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윤·한 후보는 “신속한 설치”를 주문했고, 원 후보도 “대통령이 총선 후에 긍정적으로 말한 사안”이라며 찬성했다. 나 후보는 “제2부속실 폐지라는 대선 공약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가 존재하던 역대 대통령실에선 늘 있었지만, 이번 정부에서 없어졌다. 그 바람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불투명해지면서 여러 억측을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는, 끊이지 않는 김 여사 논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배우자 관련 의사 결정은 단호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해 대통령의 원칙과 공정이란 구호를 훼손시켰다. 제2부속실이나 특별감찰관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권 주자 4명이 어제와 그제 내놓은 김 여사 관련 입장은 민심 앞 다짐이자, 대통령을 향한 고언이다. 이런 장면을 봤다면 필요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고민할 사안도 아니고, 그럴 때도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