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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기대 “1747개 스타트업 배출… ‘기업가 정신’으로 혁신리더 육성”

입력 | 2024-07-18 03:00:00

김신철 홍콩과기대 부총장 인터뷰
학교서 창업 자금 지원하고 첨단기술 기업과 연결 강화
바이오-헬스케어 연구 집중… 알츠하이머 예측 모델 개발
한국 대학과 공동 연구 진행… 글로벌 시장 진출 협력 기대



홍콩과기대에서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김신철 부총장(왼쪽)은 “홍콩과기대와 한국의 대학 및 기업이 협력을 통해 더 많은 혁신을 이루고, 더 많은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콩과학기술대 제공



홍콩과학기술대는 33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1747개나 배출하며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의 가치는 한화로 70조 원이 넘는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도 10곳에 달한다.

김신철 홍콩과기대 부총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학풍이 있다”며 “혁신 기업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보급하고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의 사명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연세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2020년 홍콩과기대 기술이전센터장 겸 연구개발사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2022년 부총장이 된 후에는 스타트업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콩과기대 교수와 학생 상당수가 스타트업을 차린다.

“홍콩과기대는 다양한 교과 과정과 활동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자원이 부족하고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용 자원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다. 홍콩과기대는 학생과 교수가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내는 리더로 육성하고자 한다. 실무적으로는 학내 기업가정신센터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구성원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고 투자자, 동문, 기업체, 정부와 연결해 주고 있다. 첨단 기술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협력단지도 만들고 있다.”

―연구개발(R&D) 성과도 돋보인다.

“홍콩과기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의 ‘임팩트 랭킹 2024’(대학평가)에서 세계 36위를 차지했고, 2022년 네이처지에서 발표한 특허 영향력 순위에선 33위였다. 이는 홍콩과기대의 연구와 교육의 탁월성을 보여준다. 뛰어난 연구자를 초빙하고 충분한 지원을 통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혁신이 시작된다. 홍콩과기대는 연구 성과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논문이 발표되면 발명의 신규성이 유지될 수 없어 특허 출원에 제약이 많다. 이에 대학 차원에서 연구자로부터 발명 자료를 받고 7일 이내에 특허를 가출원한다. 그리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허위원회가 상업화 가능성 등을 논의해 정식으로 특허를 출원한다. 대학의 지식재산권은 산학협력 및 창업에 마중물 역할을 한다.”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콩과기대의 경우 특허 이용률이 30%가 넘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유용한 특허를 내고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대학 차원에서 주요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산업 분석을 해준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가 어떤 위치인지, 관련된 기업체가 어디인지 알게 되며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홍콩과기대는 교직원이 일주일에 하루는 컨설팅 등의 외부 업무를 하도록 허용하는데, 이 역시 산업체와의 연관성을 늘리기 위해서다. 대학 안팎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거나 참여한다. 홍콩과기대는 4월 제네바 국제 발명 전시회에 36개 팀이 참가해 메달을 36개 받았다. 홍콩과기대에서 매년 열리는 유니콘 데이에는 연구자, 기업, 투자자 등 1500명이 넘게 참가한다.”

―5월 한국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4’에도 참여했다.

“홍콩과기대 특허 기술의 30%가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이다. 이번 행사에선 한국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 같은 기술들을 선보였다. 특히 알츠하이머와 관련해선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세계 선두 그룹에 있다. 낸시 입 총장 연구팀은 홍콩 정부로부터 한화로 880억 원의 지원을 받아 홍콩퇴행성신경질환센터를 설립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및 영국 런던대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발병 수십 년 전에 위험을 예측하는 유전 정보 기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 성과를 알리고 상업화하기 위해 한국 등 여러 나라의 선진 의대와 협력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지원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나.

“홍콩과기대는 매년 한화로 90억 원가량을 스타트업에 지원한다. 창업 준비에 필요한 자금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 멘토 프로그램 등도 지원한다. 홍콩과기대의 기업가 정신 펀드 규모는 176억 원에 달하며 최근에는 890억 원을 출자해 350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 중이다. 또 홍콩 정부는 대학별 기술 스타트업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지원금 10배 이상의 외부 투자를 이끌어 온다. 100곳 넘는 벤처 투자사도 대학과 연계돼 있다.”

―한국의 대학이나 기업과 협력 계획이 있나.

“한국과 홍콩은 고령화, 저출산, 기후 변화 등의 이슈를 공유하고 있다. 홍콩 내 대학에 한국 교수가 200명 가까이 있고 홍콩과기대에도 중국계를 제외한 외국인 학생의 25%가 한국계로 가장 많다. 또 한국에서 홍콩과기대 교수와 졸업생이 만든 스타트업 6개가 활동 중이다. 홍콩과기대와 한국 대학 연구소의 공동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지난 5년 동안 공동 저자 논문의 수는 2배로 늘었다. 한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큰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이때 홍콩과기대와 연계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홍콩과기대 스타트업도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중동 및 아시아로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