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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투병중에도 ‘광장’ 다시 손보려 고심”

입력 | 2024-07-18 03:00:00

최인훈 6주기… 아들이 기억하는 父
“‘화두’ 쓸 땐 1년간 집밖으로 안나가
인터넷서점 생긴뒤 리뷰 꼼꼼히 봐”
오늘 토론회서 추모 다큐 공개 예정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23일 타계 6주기를 맞는다. 아들 윤구 씨를 목말 태운 작가. 부인 원영희 씨가 아들을 보며 웃고 있다. 아래 사진은 목포고등학교 졸업기념문집에 남아있는 작가의 육필. 최윤구 씨 제공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6주기(23일)를 앞두고 18일 오후 2시 반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 가브리엘관에서 열리는 ‘20세기의 기억과 21세기의 화두’가 그것. 이 자리에서는 작가의 추모 다큐멘터리 ‘시대의 서기, 최인훈’이 처음 상영될 예정이다. 최 작가의 아들 윤구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면모를 한발 앞서 전한다.

최인훈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특히 ‘플랜더스의 개’를 애청했다. 1980년대 TV에서 방영되던 이 애니메이션의 최종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서울예대 강의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한다. 중년의 작가는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과 TV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남자 주인공 네로가 안타깝게 죽을 때 작가의 눈가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고 한다.

말년의 작가는 대장암으로 투병한다. 그 와중에도 ‘광장’을 다시 손보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기력이 떨어져 눈빛 교환이나 짧은 말 정도만 가능했지만 ‘광장’의 완성도를 마지막까지 높이고 싶었던 것. 주인공 이명준이 친구 태식을 고문하는 장면이 ‘꿈’으로 돼 있는데 이를 ‘현실’로 고칠지 고민했다고. 그러나 한참 고심하던 작가는 고치지 않기로 했단다.

그는 집필할 때는 자고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집중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하듯 글을 쓰기보다는 계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쓸 때가 됐다’ 싶으면 펜을 들고 몰아서 쓰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광장’과 더불어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화두’를 쓸 때는 1년 가까이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최인훈은 일반 독자들의 소감을 궁금해했다. 인터넷 서점이 생긴 뒤에는 아들에게 부탁해 독자 리뷰를 프린트해 꼼꼼히 읽고는 했단다. 작가는 ‘광장’이 6·25전쟁을 다룬 옛날 소설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젊은 독자들에게 일종의 성장소설로 재해석돼 읽힌다는 소식을 들을 때 특히 반가워했다고.

18일 토론회에서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는 최 작가의 ‘광장’ 집필 계기와 ‘새벽’지 발표 당시 상황 및 뒷이야기 등이 담겼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사회로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연남경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이 강연 및 토론에 나선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