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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 당혹… “美대선 앞 로비 수위 높이자 경고 보낸듯”

입력 | 2024-07-18 03:00:00

[국정원 美서 ‘정보 참사’]
尹 “동맹 격상” 하루뒤 기소 공개돼
NYT “외국의 안보 침해 방지 위한것”
정부 “정확한 사태 파악 우선” 신중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연방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을 ‘외국 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이렇게 토로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도 미 연방 검찰이 우리 국정원 요원의 행적 등까지 자세히 적시한 공소장을 공개하자 그 자체가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어 16일 국무회의에선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하루 만에 테리 연구원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된 것. 이에 정부 안팎에선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현지에서 벌써부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 싱크탱크와 접촉을 꺼리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부 일각에선 미 행정부가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 우리 정보 당국의 첩보 활동을 자세히 공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워싱턴을 중심으로 비공식 정보·로비 활동 수위를 높이자 이를 제지하려는 의도로 이례적으로 공소장에 우리 정보 당국 활동을 상세히 공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테리 연구원 기소에 대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 외국의 영향력 문제에 맞서기 위한 미 법무부의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이려는 공작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등이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비공개 로비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런 활동을 제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정확한 사실관계 등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로선 (미 정부가) 어떤 의도나 배경을 갖고 타이밍을 잡고 공소장을 공개했는지 등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공식 입장으로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이다”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일단 ‘로키(low-key)’로 미국 측과 접촉을 이어가며 공소 내용 및 배경부터 확인한 뒤 필요한 수습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현지 정보 활동 등이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최대한 미 측과 협조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 사안이 한미 관계의 대형 악재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한미동맹을 흔들 문제까지 가기보다는 일단 개인의 일탈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