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美서 ‘정보 참사’] 尹 “동맹 격상” 하루뒤 기소 공개돼 NYT “외국의 안보 침해 방지 위한것” 정부 “정확한 사태 파악 우선” 신중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연방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을 ‘외국 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이렇게 토로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도 미 연방 검찰이 우리 국정원 요원의 행적 등까지 자세히 적시한 공소장을 공개하자 그 자체가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어 16일 국무회의에선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하루 만에 테리 연구원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된 것. 이에 정부 안팎에선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현지에서 벌써부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 싱크탱크와 접촉을 꺼리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테리 연구원 기소에 대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 외국의 영향력 문제에 맞서기 위한 미 법무부의 노력”이라고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이려는 공작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등이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비공개 로비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런 활동을 제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정확한 사실관계 등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로선 (미 정부가) 어떤 의도나 배경을 갖고 타이밍을 잡고 공소장을 공개했는지 등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공식 입장으로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이다”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일단 ‘로키(low-key)’로 미국 측과 접촉을 이어가며 공소 내용 및 배경부터 확인한 뒤 필요한 수습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현지 정보 활동 등이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최대한 미 측과 협조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 사안이 한미 관계의 대형 악재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한미동맹을 흔들 문제까지 가기보다는 일단 개인의 일탈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