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UAE 바라카 원전 수주뒤 15년만에 尹 “한국 원전 경쟁력 세계서 인정”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5·6호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17일 선정됐다. 사진은 두코바니 원전 모습. AP 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자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이다. 최근 원전 건설이 늘고 있는 유럽 국가로의 추가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체코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3·4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번 발표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가 결정됐고, 테멜린 원전 수주 여부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 원으로 한수원과의 계약 금액은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을 진행해왔다. 한국형 원전 수출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사업 규모도 바라카 원전(약 20조 원)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팀코리아가 돼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그리고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원전 본거지’ 유럽서 佛 제치고 첫 수주… 추가 수출 교두보 마련
한국, 체코서 24조원 원전 수주
2년 4개월간 민-관-학 함께 뛰어
기술-가격 경쟁력 모두 높은 점수
2030년 원전 10기 수출목표 청신호
2년 4개월간 민-관-학 함께 뛰어
기술-가격 경쟁력 모두 높은 점수
2030년 원전 10기 수출목표 청신호
한국은 이번 입찰에서 원전 건설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직접 참여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민관학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체코와 역내 국가인 프랑스 간의 친밀한 관계가 변수로 꼽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수출 영업 지원에 나서는 등 막바지 총력전을 펼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 2년 4개월 걸린 수주전서 ‘낭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적기 시공 능력에서도 강점이 분명했다. EDF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 공사는 2025년을 목표로 했던 준공 시기가 최소 2029년까지 늦춰진 상태다. 반면 우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2011년에 착공해 3년 만에 1호기 원자로 설치를 완료했다.
강력한 변수로 여겨지던 체코와 프랑스의 관계도 외교로 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껏 체코를 총 3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쳤지만, 윤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 사업은 국가 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2030년 10기 원전 수출 목표에 ‘청신호’
이번 수주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유럽은 최근 들어 탄소 중립 및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건설을 늘리는 추세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