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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임대인’ 절반, 여전히 사업자격 유지… 재산세 감면-특별공제 등 세제혜택 받아

입력 | 2024-07-18 03:00:00

명단 공개 127명중 67명 임대자격
“임차인 승소때만 말소… 확대해야”
사기피해, 2년간 2조3000억 달해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아 명단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 중 절반 이상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등에 대해서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시키는 현재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7명 중 67명(52.8%)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는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계산 시 과세표준 합산대상 배제, 임대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한 서울의 경우 악성 임대인 34명 중 25명(73.5%)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또 경기(54.1%)와 인천(52.9%)의 악성 임대인도 절반 이상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악성 임대인 67명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반환한 금액(대위변제액)은 7124억 원에 달한다. 1인당 106억 원 수준이다. 총 대위변제 건수는 3298건이다. 악성 임대인 67명으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3000명이 넘는다는 의미다.

많은 악성 임대인들이 아직도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등록 취소 기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등록 말소 사유는 현행법상 임차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의 조정 성립 후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만 한정하고 있다. 이에 전세사기 사건이 이어진 2021년부터 현재까지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례는 7명에 불과하다.

한편 2022년 7월 25일부터 2024년 6월 2일까지 약 2년간 전국에서 전세사기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이 박정현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금 규모는 2조2836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만을 집계한 것으로, 수사 중이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구제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가 없도록 다수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나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정황이 있는 경우 등 폭넓은 기준을 적용해 전세사기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지난달 21일 기준 1만8125건이다. 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