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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흥 강도살인 ‘생활고’ 때문…경찰 ‘계획범죄’ 여부 수사

입력 | 2024-07-18 11:43:00

슈퍼마켓 점주 잠든 새벽 4시, 돈 훔치려다 점주 깨자 흉기로 찔러
16년 만에 검거된 피의자 자백…경찰 "계획범죄 가능성 커"



ⓒ뉴시스


16년 전 경기 시흥시 한 슈퍼마켓 점주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피의자 범행 동기는 ‘생활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계획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다.

18일 조한권 시흥경찰서 형사2과장은 사건 브리핑을 통해 “돈이 없어서 훔치려고 하는 과정에서 점주가 저항하자 흉기로 찔렀다는 피의자 진술을 확보했다”며 “사전에 흉기를 준비하고 이틀 전 범행 현장을 방문한 점 등을 고려해 계획범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08년 12월 7일 새벽 시흥시 정왕동 소재 슈퍼마켓에 담배를 사려고 방문했다. 이때 피해자인 점주 B씨는 손님이 불러도 잘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잠이 들어 있었는데, 금고에 있던 만원권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틀 뒤인 2008년 12월9일 B씨가 깊이 잠들었을 시간대인 오전 4시 다시 슈퍼마켓을 찾았다. B씨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금고를 열어 돈을 꺼냈으나 B씨가 깨어나자 살해했다. A씨는 B씨 목 등 7곳을 칼로 찔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에게 돈만 가져갈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B씨가 저항해 칼로 찌르고 도주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때 A씨가 훔친 돈은 3만~4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자신이 1~2달 동안 거주하던 시흥 소재 지인 집으로 돌아가 피 묻은 옷을 갈아입고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

도주 과정에서 범행 도구인 과도를 대전 고속도로에, 옷은 진주시 한 쓰레기통에 유기했다. 훔친 돈 역시 피가 묻어있어 차창 밖으로 던져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발생 직후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A씨 범행 장면을 확인, 공개수배를 하는 등 수사를 벌였으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았다. 2017년 재수사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그때도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017년 당시 재배포한 수배 전단을 본 제보자가 경찰에 전화했고, 시흥서는 회의를 거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 CCTV와 A씨 연도별 사진을 확보해 비교 분석했고, 당시 CCTV에 담긴 A씨 모습과 A씨 2006년도 운전면허증 사진을 비교분석 감정한 결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92%라는 결과를 받았다.

또 A씨 계좌 분석을 통해 범행 시기 화성과 광명에서 인출 내역이 있는 것을 파악했다.

A씨 통화 내역을 확인해 사건 당시 A씨와 자주 통화하고 함께 거주했던 지인으로부터 유력한 진술도 얻었다.

경찰은 이러한 5개월간 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오후 7시53분 경남 소재 거주지에서 나오는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검거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의 설득 등을 통해 결국 자백하고 B씨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A씨는 최초 범행을 부인한 이유로 “가족이 살인자 가족이 될 것이 걱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도주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여죄 등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 과장은 “A씨가 차 트렁크에 있던 낚시용 과도를 범행 때 소지한 것 등 계획범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자세한 사건 경위와 범행 이후 행적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증거는 없지만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 등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가 많다”며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시흥=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