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자녀가 성인이 된 지 10년이 지나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 씨(87)가 전 남편 B 씨(85)를 상대로 아들이 성년이 된 1993년 11월부터 약 23년이 지난 2016년 ‘별거 이후 기간의 양육비를 달라’며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A 씨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청구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청구인의 과거 양육비 청구는 사건 본인(자녀)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뤄졌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이 결정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 따라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가 만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된 후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종전 대법원 판례는 양육비의 경우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A 씨와 B 씨는 1971년 혼인하고 1973년에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이듬해부터 별거하기 시작해 1984년 정식으로 이혼했다. 아들의 양육은 A 씨가 1974년부터 19년간 전담했다. A 씨는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삯바느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아들을 키웠다. B 씨는 재혼 후 본인 명의 아파트를 보유하는 등 상당한 재력이 있는 상태였다. 이에 A 씨는 2016년 B 씨를 상대로 별거 이후 기간의 과거 양육비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A 씨의 항고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양육자는 비양육자인 상대방에 대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아이가 성년이 된 1993년으로부터 10년이 훨씬 경과 한 후에 제기됐으니 비양육자에 대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이번 사건을 접수하고 6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이날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