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뉴스1
자녀의 양육비를 사후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87)가 전 남편 B 씨(8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 재항고심에서 A 씨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원심의 결정을 확정한 것이다.
A 씨와 B 씨는 1971년 혼인하고, 1973년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이듬해부터 별거하다가 1984년에 이혼했다. A 씨는 1974년부터 19년간 홀로 아들을 양육했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 약 1억2000만 원을 2016년 청구했다. 아들이 만 19세 성인이 된 때로부터 23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반면 2심은 종전의 대법원 판례를 어기고 A 씨의 과거 양육비 청구를 기각했다. 자녀가 성인이 된 때를 기점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끝난 시점에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과거 양육비 청구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일 동안에는 진행되지 않지만,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본 것. 때문에 자녀가 성년이 되면 일반적인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10년의 계산이 시작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2011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된다.
대법원은 “언제까지나 과거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평생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