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거둔 순간까지 부인을 사랑한 링컨 대통령 “당신 손을 잡았다고 흉보는 사람은 없소” 암살당한 대통령의 인간적인 이별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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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순간 경호원들이 둘러싸여 무대를 내려가면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싸우자’라고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소셜미디어 캡처
He didn’t miss a beat.”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요즘 미국인들이 많이 하는 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을 받고 무대 아래로 피신하면서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고 ‘fight’(싸우자)라고 세 번 외친 것을 두고 감탄스럽다는 것입니다. ‘beat’은 리듬을 말합니다. ‘miss’는 놓친다는 뜻입니다. ‘miss a beat’은 ‘리듬을 놓치다’ 즉 ‘우물쭈물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암살당한 대통령은 4명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다치기는 했지만 암살 시도를 이겨낸 대통령은 3명. 시어도어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암살 모의 단계에서 적발된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모든 대통령이 최소 2차례 이상씩 암살 모의를 겪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되면서 암살 시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번이나 암살 모의 단계에서 적발됐습니다.
암살은 예기지 않은 순간에 벌어집니다. 마지막 순간 대통령이 어떤 말을 남겼는지는 오랫동안 역사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암살을 피한 트럼프 대통령은 말 대신 주먹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암살당한 지도자들의 마지막 말(last words)을 알아봤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 모습. 리무진 앞줄에 앉은 텍사스 주지사 부인(오른쪽)과 대화하던 중에 암살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No, you certainly can’t.”
(맞아요, 그런 말은 확실하게 못 하겠네요) 동부 진보주의의 본고장 매사추세츠 출신인 케네디 대통령은 보수의 아성인 남부 텍사스에서 지지도가 약했습니다. 1960년 대선 때 텍사스주에서 경쟁자 리처드 닉슨 부통령을 2%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이겼습니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댈러스 민주당 행사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보좌관들은 “환영 인파가 적을지도 모른다”라고 대통령에게 미리 알렸습니다. 실망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그 순간 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알이 대통령을 관통했습니다. 마지막 말치고는 너무 평범하지만 그래도 웃으며 떠났다는 것을 위로로 삼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My God, I’ve been hit.”(하느님 맙소사, 내가 저격당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머리에 총격을 받는 즉시 의식을 잃고 10여 분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렇게 긴 문장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총에 맞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도 화제입니다. 울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오랫동안 정설이었습니다. “I love you, Jack. I love you”
(사랑해요, 잭, 사랑해요). 하지만 재클린 여사는 나중에 정정했습니다. “Jack, Jack, can you hear me? I love you.”(잭, 잭, 내 말 들려요? 사랑해요). 좀 더 절실한 분위기입니다. 재클린 여사의 가장 유명한 발언은 병원 도착 후 부통령 부인이 피 묻은 옷을 갈아있겠느냐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싫다. 잭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보기를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기 직전 대화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Play it real pretty.”
(아름답게 연주해줘요)케네디 대통령 암살 5년 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습니다. 1968년 4월 4일 테네시 멤피스 파업에 참가한 다음 날 모텔 2층 발코니에서 다른 흑인 지도자들과 얘기하던 중 총에 맞았습니다. 킹 목사는 색소폰 연주자 벤 브랜치가 모텔 앞뜰로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브랜치는 그날 저녁 킹 목사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색소폰을 연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킹 목사는 브랜치를 불러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Ben, play ‘Precious Lord’ in the meeting tonight. Play it real pretty.”(벤 오늘 저녁 모임에서 ‘존귀하신 주여’를 연주해줘요. 멋지게 연주해줘요)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피격 사실을 전하는 인디애나 레이크 카운티 타임스 신문. 미국 의회 도서관 블로그
It takes more than that to kill a Bull Moose.”
(수컷 큰사슴을 죽이려면 저 정도로는 안 된다)트럼프 대통령 피격은 여러 면에서 100여 년 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사례와 비슷합니다. 두 명 모두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다시 대선에 도전했다가 표적이 됐습니다. 유세 연설을 하다가 총격을 받은 점도 비슷합니다. 피격 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중요한 공통점입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8년 임기를 모두 마친 뒤 제3당 혁신당을 만들어 다시 대통령에 도전했습니다. 국민들은 그의 권력욕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유세장은 썰렁했습니다. 몇 안 되는 관중 속에 존 플라맹 슈랭크라는 술집 주인이 있었습니다.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그는 시어도어 대통령을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1912년 12월 14일 밀워키 유세에서 시어도어 대통령의 가슴을 향해 총을 발사했습니다. 쏜 이유에 대해 “꿈에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시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매킨리는 시어도어 대통령 이전에 암살당한 대통령입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가슴에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끄떡하지 않고 84분 동안 연설을 계속했습니다. 양복 윗주머니에 넣어둔 두꺼운 연설 원고와 금속 안경테가 총알의 충격을 줄여준 것입니다. 청중들은 총에 맞았는데도 연설을 계속하는 전직 대통령을 입이 딱 벌어져서 쳐다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쥔 것처럼 연설을 계속함으로써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발산한 것입니다.
연단을 내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입니다. ‘bull moose’(불무스)는 혁신당의 상징 동물이자 루즈벨트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수컷 큰사슴’이지만 사슴(moose)보다 황소(bull)에 가깝습니다. 엄청 뿔이 크고 저돌적인 동물입니다. ‘it takes more than’은 ‘보다 더 필요하다’입니다. ‘정도로는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It takes more than meets the eye.’ ‘눈을 만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격언입니다.
진찰 결과 총알은 가슴 근육에 박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알 제거 수술은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고 평생 박힌 채 살았습니다. 2주 뒤 회복해 다시 유세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정치를 포기하고 탐험가의 길로 나섰습니다. 아마존 탐사 때 가슴에 박힌 총알이 감염 위험을 일으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암살범 슈랭크는 정신질환자 판정을 받아 죽을 때까지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서 지냈습니다.
명언의 품격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존 윌크스 부스(왼쪽)에게 암살당하는 순간을 그린 그림. 링컨 대통령 바로 옆에 부인 메리 토드 여사가 있다. 위키피디아
사흘 전 링컨 대통령은 기이한 꿈을 꿨습니다. 백악관에 관이 놓여있고 조문객들이 모여있는 꿈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누가 죽었느냐”라고 묻자 “대통령이 죽었다. 암살당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주변에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암살당할지도 모르니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라고 충고가 이어졌지만 링컨 대통령은 어디를 가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믿는 운명론자였습니다.
포드 극장 대통령 별실에 4명이 앉았습니다. 링컨 대통령과 부인 메리 토드 여사, 링컨 대통령의 친구인 헨리 래스본 장교와 그의 약혼녀 클라라 해리스였습니다. 결혼 23년 차인 링컨 대통령 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였습니다. 백악관에서 자식을 2명이나 잃었기 때문에 부부간 유대감이 컸습니다. 연인처럼 바짝 붙어 앉았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슬며시 메리 토드 여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메리 토드 여사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What will Miss Harris think of my hanging on to you so?”(해리스 양이 당신 옆에 그렇게 바짝 붙어있는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요?). 초면인 젊은 해리스 양이 50대 대통령 부부의 애정 표현을 주책이라고 할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She won’t think anything about it.”
(그녀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할거요)링컨 대통령의 대답이자 살아있는 순간 마지막으로 한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부인을 안심시키는 대답이었습니다. ‘think anything about’은 ‘think about’을 강조하기 위해 ‘anything’을 넣은 것입니다. 과묵하면서 정 깊은 링컨 대통령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hang on to’는 ‘붙어있다’라고 뜻입니다. 전화를 바꿔줄 때 “기다리세요”라고 합니다. “Hang on!”(행언)이라고 하면 됩니다. “You hang on to the phone”을 줄인 것입니다. 전화기 옆에 바짝 붙어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습니다. 남군을 지지하는 배우 존 윌크스 부스가 몰래 들어와 링컨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것입니다. 9시간의 혼수상태 끝에 다음 날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총을 쏜 뒤 도망간 부스를 찾기 위해 당시로써는 최대 규모인 1만 명의 군인이 동원됐습니다. 12일에 걸친 수색 작전 끝에 버지니아의 한 농장에서 발견해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링컨 대통령이 숨을 거둔 날 오전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설립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SS가 제대로 경호만 했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당시 비밀경호국은 재무부 소속으로 위조지폐 추적이 임무였습니다. 대통령을 경호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SS가 대통령 안전을 책임지게 된 것은 36년 뒤인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부터입니다.
실전 보케 360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독립기념일 휴가를 즐기는 유명 가수 제니퍼 로페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많은 팁을 남겨 화제가 됐다. 제니퍼 로페즈 인스타그램 캡처
이렇게 숫자는 숫자로 끝나지 않고 어떤 의미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의미를 모르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180’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 셀럽 중에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화제입니다. 과거에 사귀다가 헤어진 배우 벤 애플렉과 얼마 전 결혼하더니 어느새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로페즈의 ‘diva attitude’(여왕의 태도)가 문제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나를 여왕으로 모셔라’라는 태도입니다.
로페즈는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불친절하고 베푸는 데 인색하다고 합니다. 특히 팁을 짜게 주기로 유명합니다. 제니퍼 로페즈를 검색하면 ‘bad tipper’(나쁜 티퍼), ‘lousy tipper’(형편없는 티퍼)가 연관어로 뜰 정도입니다. 그런 로페즈가 변했습니다. 이혼 난리 속에서 깨달은 바가 있는지 ‘generous tipper’(후한 티퍼)가 된 것입니다. 최근 독립기념일 휴가 중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방문했는데 종업원에게 친절하게 대했을 뿐 아니라 팁으로 무려 50달러를 줬다고 합니다. 물론 몇백 달러의 팁은 아니지만 로페즈 기준에서는 아주 많은 팁입니다. 로페즈 팁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을 정도입니다.
It’s a total 180.”
(완벽 변신)‘180’은 ‘one hundred eighty’가 아니라 ‘one eighty’라고 읽습니다. 앞서 소개한 ‘360’과 마찬가지로 각도를 말합니다. 180도를 회전하면 정반대 쪽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표변을 ‘180’이라고 합니다. 명사이므로 ‘180’ 앞에 ‘a’를 붙여줘야 합니다. 동사와 함께 쓸 때는 ‘do a 180’ ‘make a 180’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여행에 온다고 합니다. “He’s done a 180 and agreed to come on the trip.”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2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 건강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은 피격 후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린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그를 연상했습니다. 당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백악관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발산하기 위해 안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쇼’를 한 것입니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입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2020년 10월 12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012/103354700/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어 보이는 장면. 백악관 홈페이지
He had a little cough and fever. More than anything he’s felt run down.”
(기침과 열이 조금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도의 피로감이다)입원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숀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의 증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run down’은 뭔가 너무 많이 써서 닳았을 때를 말합니다. 건물이 허물어질 정도로 낡았을 때, 배터리가 다 되었을 때, 몸이 녹초가 됐을 때 씁니다. 여기서는 건강 상태이므로 녹초가 됐다는 뜻입니다. 그냥 피곤한(tired)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빠져나갔을 때를 말합니다.
We all know the president’s an impatient man, has he been itching to get out of here?”
(우리 모두 대통령이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퇴원하고 싶어 근지러운 듯 보이던가요?)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 퇴원 날 회견에서 한 기자가 콘리 주치의에게 질문한 내용입니다. ‘itch’(이치)는 ‘가려움’을 말합니다. 미국 드럭스토어에 가면 벌레에 물려 가려운 데 바르는 연고에 ‘fast itch relief’(빠른 가려움증 완화)’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진짜로 몸이 가렵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는 의미입니다.
He has not been on any fever reducing medications for over 72 hours.”
(지난 72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은 하지 않았다)퇴원 날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 호전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on’은 ‘위에’를 말합니다. 어떤 일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Are you on any medications?” 미국 병원에 가면 꼭 받는 질문입니다. 지금 복용 중인 약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