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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수박 제치고 여름 대표과일… AI로 선별-검수 “맛도 매출도 늘어”

입력 | 2024-07-19 03:00:00

경북 청도 ‘문현준 농가’ 가보니
AI가 27개 기준대로 흠결 골라내
롯데마트 “AI로 품질 높일 것”



16일 경북 청도군 동청도농협 복숭아 선별장에서 천도복숭아들이 인공지능(AI) 선별기를 통과하고 있다. 해당 작업장에선 AI가 학습한 27개 기준으로 흠결 있는 복숭아를 자동 선별한다.



16일 오후 2시 경북 청도군의 ‘문현준 농가’에선 농가주 문현준 씨를 포함한 직원들이 다 익은 황도 복숭아를 수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확 적기를 맞이한 복숭아들은 분홍빛과 특유의 잔털을 은은하게 뽐냈다. 농장 관계자는 “올해는 과일이 익는 5월에 날씨가 좋아 복숭아 수확량도 많고 당도도 평년보다 1Brix(브릭스)가량 높았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곳에서 수확된 복숭아들은 APC센터(농산물산지유통센터)로 이동해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으로 검수 과정을 거친다. 복숭아가 들어가자마자 초고속카메라가 과일의 모든 단면 사진을 찍고 과일 겉면에 있는 흠결을 찾아내 핵할, 탄저, 파과(부서짐) 등 27개 기준을 가지고 문제 있는 과일을 골라낸다. 흠결과로 분류된 과일을 쪼개 보니 겉이 멀쩡했던 복숭아 내부는 씨가 갈라져 있었다. 안병철 청도농협 유통센터장은 “소비자들이 매끈하고 맛있는 복숭아를 맛보게 된 건 농가의 노력과 AI 선별 과정 덕분”이라며 “기기를 통해 당도도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좋은 품질의 과일을 구분·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복숭아가 수박을 제치고 여름 대표 과일로 떠오르면서 보다 다양하고 높은 품질의 복숭아를 골라내기 위한 선별·품종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7∼8월 과일 판매량은 4년 연속 복숭아가 수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수박 매출도 꾸준히 증가했지만 복숭아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15%가량씩 오르는 등 상승세가 더 컸다. 이승한 롯데마트 과일팀 MD는 “1, 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큰 과일보다 간단히 혼자 먹을 수 있는 작은 과일을 선호하는 추세가 늘면서 복숭아가 여름 과일 대표 주자가 됐다”고 말했다.

AI 선별은 증가하는 복숭아 수요에 맞춰 품질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 중 하나다. 현지 농협 관계자는 “도입 초창기 반발도 컸지만 도입 전후 매출이 5배가량 늘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져 현재는 (AI 선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AI 선별 천도복숭아 매출은 지난해 7∼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신장했으며 같은 기간 클레임은 절반가량 줄었다.

연중 즐길 수 있는 과일도 많지만 복숭아는 한여름인 7월과 8월에 가장 맛있는 고당도 복숭아를 맛볼 수 있어 다양한 품종들이 이 시기에 많이 나온다. 복숭아 인기 농원 중 한 곳인 ‘유여사네복숭아’는 6월 3종(신비, 미황, 조대홍), 7월 4종(수황, 봉왕, 대홍, 마도카), 8월 5종(애천중도, 영수, 천중도엑셀과, 부흥, 조생엘바트) 등 한 해에만 13종의 복숭아를 생산한다. 대중적인 ‘딱복(딱딱한 복숭아)’과 ‘물복(물렁한 복숭아)’에 이은 ‘쫀복(쫀득한 복숭아·딱복과 물복 사이의 식감을 가지고 있음)’까지 다양하진 소비자 기호에 맞춰 품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비 복숭아’, ‘납작 복숭아’ 등 연중 2, 3주 동안만 수확되는 이색 품종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2030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18일부터 복불복 없는 복숭아 선별을 위한 ‘신선을 새롭게 복숭아 캠페인’을 진행하고 AI가 선별한 ‘아삭한 복숭아’를 선보인다. AI가 품질관리를 진행해 어느 제품을 골라도 흠결 없는 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 제공

마트업계 관계자는 “품종이 다양한 데다 복숭아에 관심이 많은 1, 2인 가구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여름마다 유통업계 간 ‘복숭아 대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도=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