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가상자산보호법’ 시행 미공개 정보 이용땐 최대 무기징역 일부 “해외거래소, 법망 피해갈 우려”
앞으로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용자가 맡긴 돈을 은행에 보관하고 이용자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을 했을 때는 최대 무기징역을 받게 된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 달에 최소 연 1.5% 이용료 지급 논의 중”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19일부터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43조6000억 원으로 1년 전(19조4000억 원)보다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이용자 수도 2.7% 늘어났다.
그동안 일부 거래소들이 고객의 예치금으로 손쉽게 수익을 거둬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국내 거래소의 원화 예치금 규모는 4조9000억 원에 달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최고 연 1.5% 수준의 이용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거래소마다 예치 은행이 달라 이용료는 조금씩 상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이른바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율 체계도 도입된다.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즉각 금융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로 5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경우 최대 무기징역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벌금으로는 부당이득의 3∼5배를 내야 한다. 이 밖에도 거래소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분리 보관할 의무 등도 법에 포함됐다.
● “전체적인 가상자산 정책방향부터 설정해야”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이 처음으로 시행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법만으로는 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사업자들에게 영업과 관련된 페널티를 부과하려면 ‘베스트 프랙티스(모범 규준)’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처벌 규정을 명시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법무법인 광장이 주최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허용 여부에 앞서 국가의 전체적인 가상자산 정책 방향부터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금융회사의 중개, 투자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차등화된 접근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