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7.18/뉴스1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평소 인력난이 심했던 응급실 진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후 그 빈자리를 메우며 버텨온 전문의들마저 탈진으로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축소 운영 중이고, 서울 한양대병원은 중증 외상 환자를 받지 않는다.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도 다음 달부터는 응급전문의 1명으로 버텨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겠다며 의대 증원을 발표한 후 24시간 돌아가야 할 응급실 불이 꺼지고 있다.
특히 응급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인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들마저 진료 차질을 빚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정 지역에 대형 사고나 재해로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병원 응급실에선 안 받아줘도 권역센터는 받아줘야 한다. 그런데 전국 44개 권역센터 중 응급 진료를 축소한 곳이 서울 한양대병원, 경기 아주대병원, 충남 단국대병원을 포함해 최소 5곳이다.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들과 병원장들까지 당직을 서며 버티고 있지만 다음 달까지 1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응급실 폐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의사다. 어느 나라든 의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할 때도 중증 응급 환자 진료엔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제1 수칙이다. 그런데 의대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전공의들이 응급실을 비웠다. 뇌출혈이나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의 사람들을 살려내는 보람으로 살던 이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