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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50일만에 증인-참고인 268명 채택, 힘으로 밀어붙인 野

입력 | 2024-07-19 03:00:00

법사위, 3차례 걸쳐 증인 57명 최다
과방위는 증인-참고인 합쳐 104명
한달새 같은 증인 3번이나 호출도
당내서도 “과도한 증인 정치 남용”





증인 188명, 참고인 80명.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18일까지 총 50일간 국회 상임위원회의 정부 업무보고 및 현안질의, 입법청문회, 탄핵청원 청문회 등에 부른 증인과 참고인 수다. 정치권에선 “개원 50일 안에 200명이 넘는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한 건 국회 역사상 최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만큼 윤석열 정부와 관련해 밝혀야 할 진실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도 “과도한 ‘증인 정치’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법사위 57명, 과방위 53명 증인 불러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제까지 증인을 가장 많이 부른 상임위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는 지난달 21일 열린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청문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증인 12명과 참고인 3명을 불렀고 19일과 26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에는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등 증인 45명과 참고인 7명을 부르기로 했다.

두 번째로 증인을 많이 채택한 상임위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관련 입법청문회와 현안질의,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 네 차례에 걸쳐 증인 53명과 참고인 51명을 불렀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위(26명)와 운영위(18명), 환경노동위(9명), 행정안전위(8명) 등이 현안질의 때 증인을 채택했으며, 국토교통위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청문회 때 증인 13명을, 보건복지위는 의료대란 청문회 때 증인 4명을 불렀다.

이처럼 국회 증인 및 참고인 수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건 22대 국회 개원 직후 야당 주도로 정부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현안질의, 청문회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단독으로 열리는 상임위에 정부 관계자들이 불출석하기 시작하자 민주당 등 야당은 기본적인 부처 업무보고에도 기관 측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러다 보니 같은 증인을 여러 차례 반복해 부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방위는 조성은 방통위 사무국장과 이헌 방송정책국장을 지난달 21일 방통위법 관련 청문회와 같은 달 25일 현안질의, 이달 25일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등에 모두 불렀다. 한 달 새 세 번이나 국회로 호출된 것. 법사위도 지난달 21일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했던 신 장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8명을 19일 탄핵청원 청문회에도 불렀다.

● “국회 권위 스스로 떨어뜨려” 비판

민주당 내에서도 “증인이 국회에 와도 문제, 안 와도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석하면 행정력 낭비가 커지고, 불출석할 경우엔 국회 권위가 떨어진다는 것. 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과방위에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증인과 참고인 73명을 불렀는데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한 채 들러리만 서다 가는 공무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인 정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증인 불출석 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고발하더라도 대부분 혐의없음이나 기소유예로 끝난다”고 말했다. 증인이 출석하더라도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채 상병 입법 청문회 때도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핵심 증인들은 선서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당이 ‘증인 채택’이라는 강제 수단을 너무 일찍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칼도 칼집에 있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이라며 “고발해봐야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걸 알면 증인들이 출석하려 하겠냐”고 우려했다. 19일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에는 신 장관과 김 사령관 등 6명이 불출석 사유서를 이미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출석 요구서 수령 자체를 거부한 상태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