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 체코 원전 수주] 반도체-車산업 패키지 협력 제안 체코 “방대한 자료 20만시간 검토” 한수원은 ‘K봉사-공연’ 문화외교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에서 비밀 특사로 매달려 ‘팀 코리아’가 해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체코 정부가 24조 원 이상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정부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산업부, 한수원 등 관계부처 및 기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경사를 냈다”며 화색을 띠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안 장관을 비밀 특사로 한 달간 두 차례나 보내 체코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하며 친서로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바라카 원전 사업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가 체코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마크롱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여러 차례 위기를 느꼈지만 체코 측에 ‘프랑스는 해줄 수 없는 것을 한국은 해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체코에 보낸 원전 관련 자료는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체코 측에서도 200여 명의 원전 전문가가 달라붙어 20만 시간을 검토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즉 약속된 기간 내에 완공을 시켜 공기를 맞춰주고, 예산도 적게 들어가는 전략이 먹혔다”며 “우리나라가 제조업에 강한 만큼 반도체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체코의 산업협력 가능성을 패키지로 약속한 것도 득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봉사단 파견과 케이팝 댄스 공연 등 ‘문화 외교’도 큰 몫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이 프랑스보다 한국 기업을 원한다고 발표했는데 여러모로 체코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