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관점서 들여다본 인류 문명… 몸집 크게 키우며 진화한 포유류 인간도 의식 저변서 ‘큰 것’ 경외… 지나치면 생명 단축 등 이면도 ◇사이즈/바츨라프 스밀 지음·이한음 옮김/428쪽·2만2000원·김영사
예상된 크기를 크게 벗어나는 사물이나 이미지는 그 자체로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화 ‘개인적 가치’(1952년). 동아일보DB
소설에 나온 소인국의 사람 키는 약 15㎝, 몸무게는 약 40g이다. 소인국인은 몸의 열손실을 막기 위해 생쥐처럼 끊임없이 먹고 움직여야 하며 뇌 무게가 10g 미만이어서 인지 능력이 우리의 1%에 불과할 것이다. 대인국인은 키가 21m 남짓, 몸무게는 116t가량이다. 우리보다 더 똑똑할지는 모르지만 뼈와 근육이 면적당 10배 이상 많은 무게를 지탱해야 하며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러질 것이다.
캐나다의 환경과학자 겸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와 통계를 분석해 왔다. 이 책에서는 ‘크기’에 대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큰 것에 대한 경외는 인간의 의식 밑바탕에 늘 있어 왔다. ‘위대(偉大)’ ‘great’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큰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소는 클수록 큰 전력을 발생시키고 높은 곳에선 풍속도 증가하지만 날개 길이가 2배 길어지면 무게는 8배가 된다. 크게 지으면 자연재해로 파괴되기도 쉽다. 2차 대전 이후 선박은 대형화를 거치며 크기당 효율이 늘었지만 클수록 항만 시설과 운하 통과에 제약을 받는다.
작아지는 것도 있다. 과거 여객기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 거리는 81∼96cm였지만 오늘날엔 71cm까지 줄어들었다. 효율화가 크기를 ‘짜낸’ 것이다.
생물도 거대화의 이점을 누린다. 몸집이 커지면 더 다양한 생물종을 먹어 치울 수 있고 적에게 맞서는 방어력도 커진다. 포유류의 평균 부피는 1억5000만 년 동안 세 자릿수가 늘어났다. 인간에게도 큰 몸집은 좋은 성장 환경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키가 클수록 세포 수가 늘어 암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통계적으로 키가 1cm 늘어날 때마다 기대 수명은 0.4∼0.7년 줄어든다.
크기에 대한 다양한 관찰은 ‘비례’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른바 피보나치수열에 의한 황금비(1.61804:1)가 미학적으로 완벽한 비례를 이룬다고 들어 왔다. 하지만 이를 증명한다고 알려진 자연이나 예술 속의 사례들은 모두 근거가 부실하다.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꿰뚫는 단 하나의 불변 법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